“음악을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하면서 후배들을 키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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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하면서 후배들을 키우고 싶어요”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12.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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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남자 백동현

클래식 음악 알리고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앞장
소년소녀합창단에 많은 관심과 지원 필요해


영화 ‘라라랜드’엔 피아노 치며 노래 부르는 멋진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수많은 여성들은 피아노 치는 남자를 좋아한다. 영화 주인공처럼 섹시하고 멋있고 부드럽게 피아노 치는 남자를 만났다. 지금까지 진행한 인터뷰 중 가장 로맨틱한 만남이 아니었을까?

‘내포콰르텟’에서 연주자로 활약하며 소년소녀합창단과 홍성제일감리교회에서 반주자로 봉사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백동현(38·홍성읍) 씨. 그는 홍주고를 졸업하고 목원대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도시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았다. 피아노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생각해 보면 남들에게 이렇다 할 만큼 멋진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교회에서 피아노 치는 누나들의 모습을 봤는데 예뻐보였다기에는 적당한 표현이 아닌 것 같고 그냥 그 모습이 좋았다. 그래서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졸랐고 반주하는 누나한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학생이 돼서야 피아노를 시작했으니 다른 전공자들에 비하면 한참 늦은 셈이다.”

음악을 전공해서는 먹고 살기 어렵다는 등 예술을 직업으로 갖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시절이었다. 4녀 1남의 막내인 동현 씨 가족들은 집안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피아노를 치겠다고 하자 처음엔 걱정도 했지만, 나중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성향을 봤을 때 나라는 사람과 가장 잘 맞는 분야를 전공한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굉장히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였다. 하도 말이 없어 주변 사람들은 내가 말을 하며 살기나 할지 의아스러워할 정도였다, 사실 무대 경험을 많이 한 경우는 아닌데 일찍부터 교회 반주를 꾸준히 한 것이 자연스럽게 훈련의 일부가 된 것 같다.”

동현 씨는 피아노 치는 것만큼 사진 찍는 것과 커피, 여행을 좋아한다. 맘이 내키면 언제라도 커피 한 잔 들고 태안 쪽 바닷가로 달려가 사진을 찍는 게 취미란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는 라흐마니노프와 쇼팽을 꼽았다.

“낭만, 겨울, 눈 하면 생각나는 작곡가가 라흐마니노프이다. 그는 피아노라는 악기를 너무 잘 알고 있으며 낭만적인 멜로디를 작곡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쇼팽은 섬세하고 화려한 곡들을 많이 작곡했다.”

그는 ‘내포콰르텟’에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내포콰르텟’은 지난 2013년 창단해 올해로 여섯 번째 정기연주회를 마쳤다. 홍성의료원 재능기부연주, 경찰의 날 기념연주, 평생학습 박람회 연주, 어울림 음악회, 여름밤 추억 음악회 등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알리고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실력 있는 연주단체이다.

“각종 예술 행사에서 자주 만나면서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끼리 음악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재능기부와 문화예술 발전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뭉쳤다. 출신학교도 다르고,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다루는 악기도 다르다. 오직 하나, 음악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느 곳이나 우리들의 재능기부를 원하는 곳이 있다면 한걸음에 달려가 그들을 위한 사랑과 치유의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

그는 요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얼마 전 충남에서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남성 6명이 모여 남성중창단 ‘아르티스’를 창단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의 꿈은 멋진 하우스콘서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이다. 평소 좋아하는 커피를 마음껏 마시고 대접할 수 있는 카페 겸 공연장을 만들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모여 편안하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다.

끝으로 그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반주자로 봉사하고 있는 소년소녀합창단에 대해 관에서도, 주민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성인들이 중심이 된 다른 예술단체에 비해 소년소녀합창단에 대한 지원이 매우 열약하다. 전국대회에 나가 동상을 받은 실력 있는 아이들이다. 오디션이 있을 땐 군에서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많은 청소년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아직 미혼인 그에게 이상형을 물었더니 공개구혼이 되는 것 같다며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키가 크거나, 작거나 또는 직업이 어떠한지. 이런 걸 따지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선한 인상이었으면 좋겠고 순수하고 밝고, 기운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한다.”

인구 10만의 작은 농어촌도시에서 남성 피아니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이 예체능을 전공하기 위해 도시로 레슨을 받으러 다니고 또 졸업하면 으레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는 구조적 안타까움 속에서 그래도 지역주민들을 위해 재능을 나누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청년 백동현 씨를 보면서 앞으로 많은 예술인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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