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는 자연의 섭리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봄에 곡식의 씨를 뿌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수확하고 겨울에 저장했다가, 이른 봄에 다시 씨를 뿌리는 일을 해마다 되풀이한다. 농사일도 자연의 순환이다. 영국의 사회비평가인 존 러스킨은 인생을 날씨에 비유했다. ‘햇빛은 포근하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눈은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서로 다른 종류의 날씨만 있을 뿐이다.’ 매사를 ‘좋고 나쁨’으로 편 가르기보다는 차이나 다름으로 보라는 것이다.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 낮추기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예술가들은 똑같은 대상도 남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각자 다르게 표현한다. 외롭지 않으면, 어리석지 않으면, 또한 스스로 가난해지지 않으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잘 안 보일 테다. 영국의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는 그의 시 「순수의 전조」에서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라고 했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도 ‘창의성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여정이다’라고 말한다. 스마트 시대를 연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혁신은 천 번이나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라고 했다. 뭔가의 혁신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에디슨이 들려주는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으로 구성된다는 격언도 널리 회자된다. 결국 일에 흥미를 가지고 일에 열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의 비결인 셈이다. 그러나 몰두하되 집착하지 않아야 할 일이다.

이순신은 무과에 갑·을·병 가운데 가장 하위 등급인 병과 성적으로 간당간당하게 합격했다. 애면글면 일대기를 살아낸 그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특별히 산다. ‘뿌리’의 작가 헤일리는 “성공으로 향하는 유일한 지름길은 ‘당장’ 행동하는 것뿐이다. 목표를 정했으면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라. 이 세상에 당신을 하루아침에 성공자로 만들어줄 신비한 비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과 자신감을 겸비한 사람은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구의 거의 모든 생물은 태양에너지 덕분에 생명을 유지한다. 태양은 달처럼 모양이 변하지도 않고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스스로 빛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신 광채를 내뽑는다. 6월은 태양처럼 씀씀이를 가치 있게 역사를 살다간 분들과 특별히 호흡하는 달인 것이다.

지금은 영상과 가상의 시대다. 과학기술 덕분에 언젠가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세계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그 계단은 하늘에 닿아 있다. 이럴 때는 나 스스로를 마이너리티 혹은 아웃사이더로 규정해보는 것도 행복을 느끼는 한가지다. 누군가 내 손을 당겨 주기를 바라며 비굴하지 않아도 되니까. 우리사회에는 스스로를 평생 거짓말 한 번 하지 않고 바르게 산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사람들이 선점 취득한 천당이라면 못 가도 그만일 테고, 그런 사람들이 위협적 수단으로 삼는 지옥이라면 안 가기 위해서 건강하게 오래 살면 되지 않겠는가. 시인 정호승은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그 별을 빛나게 해주는 일이다”라고 했고, 헨리 데이빗 소로우도 “사랑의 병은 더욱더 사랑함으로써 치유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인간은 겨우 20여 만 년 전에 태어났다. 태양은 훨씬 전이고 동물도 인간보다 위다. 겸손하게 더불어 어우러지며 살 일이다. 이 시대는 대단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시대임이 분명하다.

한학수<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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