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14

한지윤의 청소년 역사교육소설

2019-10-23     한지윤

“그것이 어려운 일이란 말이다. 가다가 붙들리면 옥에 갇히고 죽음을 당하니까!”
“그러니까, 몰래 도망치잔 말이예요!”
“그렇게 해도 너의 아버질 만나기가 어려워!”
“왜요?”
“우리나라에서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듯이 그 나라에서도 다른 나라 사람을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니까, 그렇지.”
“제가 고구려 임금의 아들이라고 그러죠. 뭐?”
“누가 그걸 믿느냐 말이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면 되지 않아요.”
“너의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누가 내 말을 믿어주겠니!”
“그럼, 우리는 영영 아버지를 만날 수가 없나요?”
“그렇지는 않단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만날 수가 있어요?”
“먼저, 네가 좀 더 크고…….”
“또요.”

“아버님이 너를 아들이라 믿을 수 있는 징표를 찾아가지고 가야지!”
“징표라니, 어떤 징표를 찾아야 되나요?”
“뭔지는 모르겠다만 그 표적은 일곱 모 난 바위위에 큰 소나무가 서 있는데 그 밑에 징표가 있다고, 아버님이 떠나실 때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그것을 찾으면 네가 고구려 임금의 아들이란 것이 증명될 것이 아니냐?”
“그것만 찾으면 되나요?”
“먼저 그것을 찾아야 아버질 만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게 아니냐?”
“찾겠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두고 가신 물건을 찾아보겠어요.”
“찾아보아라. 활쏘기, 돌팔매질할 마음을 버리고 우선 그것부터 찾아보아라. 그 다음 이곳에서 빠져 나갈 방법을 생각해 보자.”
“네.”
그 날부터 유리는 아버지가 두고 간 징표를 찾는 것으로 일을 삼았다. 일곱 모난 바위위에 소나무가 서있고 그 소나무 밑에 있는 물건을 찾고자 사방으로 돌아다녔다.
산으로 올라가도 보았고, 들로 나가 들판을 뒤져도 보았으며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바위는 없었다. 일곱 모 비슷한 바위가 있기는 했지만 바위위에 나무가 서 있지를 않았다.
나무는 땅속에 뿌리를 박는 것이지, 돌을 뚫고 들어가 바위위에 서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유리의 눈에 그런 곳이 보일 리가 없었다.
“어머니가 아버지 생각을 하지 말라고 거짓말을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설마 어머니가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할 리가 없을 것 같아 유리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늘도 못 찾았구나!”
저녁때가 되어 돌아오는 유리를 보고, 예씨 부인은 측은한 마음으로 이같이 물었다.
“오늘은 못 찾았지만 내일은 꼭 찾아내고야 말겠어요!”
유리는 실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다음날도 찾지 못했고 또 그 이튿날도, 또 그 다음날도 일곱 모난 바위위에 소나무가 서 있는 곳을 찾지는 못했다.
열흘, 보름, 한 달, 석 달, 유리는 아버지가 징표가 되는 물건을 둔 곳을 알아 내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가 두고 갔다는 물건을 생각하며, 뒷동산에 있는 정자(亭子)에 앉아 있었다.
영영 아버지가 두고 간 물건을 찾지 못할 것만 같아 서글픈 마음으로 사방을 돌아보며 한숨짓고 있는데. 문득 유리의 눈에 기둥을 세운 주춧돌이 보였다.
여러 모로 깎여진 주춧돌, 그 주춧돌의 모를 세어 보았다.
일곱 모였다. 일곱 모로 깎여진 주춧돌이었다.
그 주춧돌 위에 세워진 기둥이 바로 소나무 기둥이었다.
“아, 이거로구나.”
유리는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그 주춧돌 밑을 살펴보았다.
네 개의 주춧돌 가운데 한 주춧돌이 옆이 다른 곳과 달리 살짝 올라온 듯 해 보였다.
사람이 밟고 다니면 곧 없어질 정도로 흙이 살짝 올라와 있었다.
유리는 언뜻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어, 앞뜰로 달려가 호미를 찾아가지고 와서 그 볼록한 곳을 팠다. 그러고 보니 그 주춧돌 밑으로 구멍이 뚫려져 있었다. 손이 겨우 들어갈 만한 조그만 구멍이었다. 유리는 그 구멍으로 손을 들이밀었다.
무엇인가 잡히는 게 있었다. 유리는 그것을 끄집어냈다. <다음호에 계속>

<이 소설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