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 꿈 담아 희망을 구워요”
우리동네 아주 특별한 빵집 ‘희망빵굼터’
2012-02-09 김혜동 기자
홍주의사총에서 장군상 오거리 방면, 동부농협지소 건너편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아담하고 깨끗한 빵집이 자리 잡고 있다. 유일원 산하 장애인사회복귀시설인 ‘라온의 집’이 운영하고 있는 ‘희망 빵굼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신장애인들이 직접 빵을 만들며 자활의 꿈을 키워가는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희망빵굼터는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을 갖춘 장애인 4명이 뜻을 모아 지난 2008년 12월에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지원으로 문을 열게 됐다. 라온의 집 장미옥 원장은 “희망빵굼터는 장애인이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소득을 창출해 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경제적 기반을 도모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담스럽게 진열된 빵이 군침을 돌게 하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빵을 굽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나오는 제빵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현재 총 5명의 정신장애인들이 제과제빵실습에 임하고 있으며,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모두 하얀 모자와 위생복을 입고 빵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현재 희망빵굼터에서는 단팥빵, 소보로빵, 머핀, 피자빵, 식빵, 롤케익 등 기존 제과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20여종의 다양한 빵을 구워 판매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만드는 빵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일부러 주문해 주는 이들도 많지만, 여전히 장애에 대한 편견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편견을 깨려고 밀가루와 버터 등 질이 좋은 재료를 고집하고 각별히 더 위생적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때문에 희망빵굼터는 신선하고 정직한 빵을 만들기 위해 색소와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는다. 가격도 착하다. 유명 브랜드 빵집에 비해 10~20% 정도 싸다. 고급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이 싼 이유는 지나친 이윤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희망빵굼터를 후원하는 많은 이들은 신선할 뿐 아니라 빵에 듬뿍 담겨 있는 정성에 마음이 움직인다고 입모아 말한다.
희망빵굼터 장애인들의 베이커리 스승이자 라온의 집의 직원인 유연상 씨는 “내 가족의 먹거리라는 생각으로 정직하게 제대로된 재료만을 사용해 빵을 만들고 있다”며, “희망빵굼터의 작은 시작은 모든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희망빵굼터 직원들 중 양일용(53세·남) 씨는 소보루 빵이 특기인 늦깍이 학생이다. 양 씨가 지금처럼 빵을 만들 수 있기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비장애인들이 간단하게 하는 일조차 그들에게는 커다란 벽처럼 다가왔다. 이들은 ‘희망빵굼터’를 후원하는 홍주제과제빵학원(원장 채선병)에서 몸으로 기술을 익혔다. 몸이 기술을 기억할 때까지 부단히 반복하며 1년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들이 만드는 빵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그들이 흘렸을 땀과 열정이 배어 있는 산물이다. 양 씨의 꿈은 개인 빵집을 여는 것이다. 양 씨는 “집에 돌아가게 되면 배운 기술로 빵집을 열어 가족들과 함께 운영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전했다.
한편 희망빵굼터를 거쳐 풀무생협과 다살림 등 관내 타 빵집에 취직된 양 씨의 동료들은 이미 일반인들과 어깨를 나라히 하며 행복의 빵을 굽고 있었다. 2~3년정도 학원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아 5명이 제빵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라온의 집 장미옥 원장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은 치료를 받은 뒤에도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빵을 만들어 팔고 홍보하는 일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일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희망빵굼터’에서 빵을 사면 작은 행복이 덤으로 따라온다. 빵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만들기에, 따뜻한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한 우리의 꿈도 함께 영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