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로 가는 새〉

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6〉

2020-04-05     전만성 <미술작가>

지난겨울에 마을회관에서 그림그리기 활동을 한 어르신들을 홍성 읍내에서 뵈었습니다. 읍내나들이 나오신다고 머리도 새로 하고 얼굴에 분도 바르셨습니다. ‘이쁘게 하고 나오셨네?’ 하니 멋쩍은지 ‘이쁘게 하고 나오라매?’ 하십니다. ‘그랬지요!’ 하고 얼른 인정을 하였습니다. ‘낼 모래 점심 드시러 와요. 맛난 거 할 거여’ 하십니다. ‘그래요’ 또 얼른 대답을 합니다. 안 그래도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할머니들이 한 분 두 분 스케치북을 펼쳐 놓기 시작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그림들을 보니 먹을 게 많은 잔치상을 받은 듯 뿌듯합니다. 언제 이걸 다 그리셨을까? 잠이 안 오는 밤에 일어나 그리셨을 생각을 하니 미안한 마음도 생깁니다. 유독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있어 여쭈어 보니 설명이 재미있습니다. 

  왼쪽에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새 한 마리가 감나무를 향해 날아가고 있습니다. 새가 앉아 있었을 소나무는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태풍에 기울어졌다고 합니다. 듣고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감나무에 새가 앉아 있다면?’ 하고 저의 의견을 구하십니다. 감나무에 새가 앉아 있다면 공간이 둘로 나뉩니다. 새는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 주며 그림에 생기를 주고 이야기를 만들어 줍니다. 새도 아주 구체적으로 잘 그리셨습니다. 

  나무 뒤로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데 하늘색의 농도가 다릅니다. ‘구룡이 안 나와서’ 라고 하십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구룡’은 채색재료를 뜻합니다. 우리 어머니도 채색재료는 모조리 ‘구룡’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나무아래는 모래 알 같은 점이 무수히 찍혀있는데 잔디라고 하십니다. 아마도 밤을 새워 찍으셨을 것입니다. 잔디에 붉은 색을 칠한 것은 가을이기 때문입니다.             

 

 

 

 

 

전만성<미술작가·수필가·미술인문학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