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준 할머니 〈우리 소〉

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24〉

2021-01-12     전만성 <미술작가>
안도준·〈우리소〉·36x26cm·싸인펜.

안도준 할머니는 76세입니다. 76세 할머니가 102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삽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안도준 할머니가 홀몸으로 나이 많으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고 안쓰러워하십니다. 오래 살면 노인이 노인을 보살피게 되니 오래 사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도 하십니다. 

안도준 할머니가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손이 떨려서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남편이 돌아가신 후로 수전증이 생겼고 긴장하면 더 떨린다고 하셨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더 이상 권유를 하지 않았는데 할머니는 어느 날 많은 그림을 그려 오셔서 보여주셨습니다. 내가 어르신들을 가르치느라 애쓰는 걸 보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하셨습니다. ‘애쓴다’는 표현이 민망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잘하시는 걸 왜 못한다고 하셨을까 의아했습니다.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위 그림은 안도준 할머니의 ‘우리’ 시리즈 중 한 점입니다. 안도준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고 〈우리 소〉, 〈우리 집〉, 〈우리 화분〉 등 제목에 ‘우리’를 붙입니다. 아이같이 천진하면서도 정겹습니다. 오래 기르던 소를 팔게 되었을 때 섭섭해서 안도준 할머니가 소의 꼬리를 잡고 있었다고 하십니다. 그때의 섭섭했던 마음을 그리셨습니다. 참 따뜻한 마음의 할머니입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수필가, 미술인문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