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주세요”

홍성군장애인복지관에 마련된 장애인 세탁소

2012-04-19     최선경 편집국장


△ 왼쪽부터 강희범, 이미나, 김광호

최근 지적장애인이 서비스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대부분 보호작업장에서 단순 제조업을 했지만 요즘은 이색 직종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이 늘고 있는 추세다. 공공기관에 마련된 커피전문점에서 지적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일이 생겼고, 제과점도 지적장애인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 지적장애인이 운영하는 세탁소도 등장했다.

홍성군 장애인복지관 3층에는 지적장애인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며 희망을 꿈꾸는 삶의 현장인 운동화· 이불 세탁소가 있다.

세탁소에서 만난 강희범, 이미나, 김광호 세 친구들은 참으로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들 중 특히 김광호 군은 지난해 장애인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역도부문 금메달리스트이다. 충남의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으며, 일을 마치고 나면 역도체력단련장으로 달려가 훈련에 매진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함께 일을 돕고 있는 비장애인 김문희 씨는 “이곳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친구들은 누구보다 꼼꼼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반 세탁소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우수한 기술자이다.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일을 하면 뭔가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 한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 90% 이상이 만족스러워하고 재이용을 한다. 현재까지 큰 사고 없이 잘 운영됐으며 이용자들도 많이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경향”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세탁소는 단순한 이익 창출 목적이 아니라, 장애인 복지를 위해 운영하는 곳이다. 장애인들이 자립해 세상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세탁비도 주위 세탁소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운동화 한 켤레에 2000원, 이불은 5000원~7000원이다. 배달 수거도 가능하다.

그러나 장애인보호작업장은 장애로 인해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득보장을 통한 자활·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서, 서산에는 2~3곳, 청양에도 1곳이 있으나 홍성군내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설치된다면 사회로부터 외면되는 저소득층 중증장애인을 지역사회 일원으로 통합하는 등 다함께 살맛나는 홍성을 만들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군 장애인 종합복지관 직업재활팀 김경환 팀장은 “사실 세탁소는 운영상 적자를 내고 있지만 이 같은 시설은 일반고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장애인을 둔 가정의 부양에 따른 부담감을 경감시키는데 작은 도움이 된다. 또한 장애인 스스로 근로소득의 발생으로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정부의 잘못된 시책을 지적하며 “장애인 중 50% 이상이 국민기초수급대상이다. 그런데 취업을 해서 적은 소득이라도 생기면 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므로 오히려 경제적인 손해가 뒤따른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 시책은 장애인의 발을 묶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경제활동에 소외된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창출로 삶의 질 향상 및 사회인으로 동참할 수 있는 근로의 장 마련이 절실하다.
지적장애인 인력이 곳곳에서 사용되면 지적장애인은 자립을 할 수 있어서 좋고 비장애인은 저렴하게 서비스를 받아서 좋다. 지적장애인이 다양한 직종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