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넣었을까? …시골 마을 휘감은 ‘독극물 공포’
홍성군, 마을 간이상수도 120여 곳 안전 무방비·보안 허술
2012-04-26 최선경 편집국장
배양마을 독극물투입 사건에서 누가, 왜 마을 주민들을 노렸는가 하는 점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금마면 죽림리 배양마을 113가구 250여명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마을상수도에 독극물 투입사건이 발생해 군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마을 주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하루빨리 범인이 검거돼 예전처럼 평화로운 마을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실정이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30분쯤 배양마을의 상수도 집수장 물탱크(높이 5m, 폭 3m의 30톤 규모) 청소를 위해 관리업체 직원 최모 씨가 현장을 찾았다가 물탱크 안에 농약병 3개(제초제 근사미 300ml 플라스틱병)와 분말살충제 3봉(파단 2kg)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현장에 둘러쳐진 높이 2m 정도의 격자형 철제 울타리 일부가 절단기 등으로 예리하게 잘린 상태였고, 물탱크에 부착된 자물쇠도 파쇄된 상태로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근사미는 주로 나무뿌리 등을 고사시킬 때 사용하는 제초제로 인체에 흡수되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파단은 중추신경을 차단해 신경을 마비시키는 살충제다.
군은 지난 20일 사건이 처음 보고된 직후, 경찰서, 소방서 등 관계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소방차를 이용한 생활용수 공급에 나서는 한편, 수자원공사를 통해 음용수를 공급하는 등 주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비상조치에 나섰다.
또 사건 당일 관내 지방상수도 배수지 및 마을상수도 120개소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 안전여부를 확인했고 22일까지 배양마을 주민 등 214명을 대상으로 홍성의료원에서 농약성분의 인체 흡수 여부를 확인키 위한 건강검진을 완료해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했다.
향후 1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배양마을 113가구를 대상으로 지방(광역)상수도를 우선 공급키로 하고, 도에 부족한 사업비 4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건의한 상태다.
간이상수도 안전대책 마련 시급
독극물 투입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역 농촌마을 주민들이 충격 속에 떨고 있다. 소규모 마을 상수도 상당수가 이번 사건처럼 독극물 테러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때를 같이해 농촌마을 소규모 상수도에 대한 관리실태 조사와 함께 안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들은 농촌지역에 설치된 간이상수도를 공무원 1~2명이 담당하고 있는 처지다. 예산 때문에 간이상수도 주변에는 CCTV와 보안등조차 없다. 그나마 위탁관리를 맡은 업체 직원이 한 달에 1~2회 점검할 때를 빼면 방문자는 없어 안전 무방비상태 그 자체다.
보안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물탱크에 자물쇠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맘만 먹으면 1분도 안 돼 제거할 수 있을 만큼 취약한 실정이다.
일부 농촌지역 간이상수도의 경우 주변에 산업시설, 축산시설, 농약과 비료사용 등으로 수질오염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시설개량이나 관리가 부실,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맑은 물 공급 정책으로 수질과 상수도 보급률은 날로 향상되고 있지만 수질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간이상수도에만 의존하고 있는 일부 농촌지역 주민들은 먹는 물에서부터 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수배전단 배포·신고보상금 지급
홍성경찰서(서장 한형우)는 지난 23일 지방청 형사팀을 지원받아 홍성서장을 반장으로 5개팀 32명의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고, 사건 조기 해결을 위하여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4일 지방청 과학수사계에서 경찰청 및 충·남북 프로파일러 합동으로 이번 사건에 대하여 ‘분석적 접근을 통한 용의자 유형 추론’ 등 범죄분석 회의를 개최하고 지역주민을 통한 광범위한 탐문수사와 농약상을 상대로 한 농약 구입자 파악 및 상수도 물탱크 접근로의 CCTV 설치여부 등을 탐문하고 있다.
하지만 집수장 입구나 주변에 CCTV 등이 없는데다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지역주민의 신고 및 제보를 받기 위하여 500만원의 신고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수배전단 4000매를 제작·배포하는 등 다각적인 수사 활동을 통하여 조기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 겨냥한 모방범죄 우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도 독극물이 손쉽게 거래되면서 묻지마 테러 등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 독극물을 이용, 채권자를 살해하고 가정불화를 견디다 못한 부인이 남편에게 독극물을 먹여 숨지게 하는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는 실정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번 사건은 수년 전 일어난 전남 순천시 ‘독극물 막걸리’ 사건, 충남 보령의 ‘독극물 음식’ 사건 등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도 집수장의 울타리를 고의로 부순 것으로 보아 마을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사건임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수도요금 문제로 인한 지역 주민들 간의 말다툼이 원인인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건은 절대 다수를 향한 범죄인만큼 보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아직 누가,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들은 식수 및 생활용수 부족 등으로 불편한 생활 속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