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

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12〉

2021-06-01     전만성 <미술작가>

김명순(78) 할머니가 그린 〈채송화〉입니다. 채색은 사인펜으로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없으셨던지 ‘그냥 그렸슈!’ 하시더니 ‘채송화 같은 데요!’ 하고 내가 먼저 알아본 후에는 채송화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아주 자신없어하십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몇 번 하고나면 자발적으로 하시고 더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십니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명순 할머니 그림 속에 채송화가 탐스럽게 피어 있습니다. 빛깔도 꼭 채송화 빛깔입니다. 예전에 김명순 할머니 집 마당에 피어 있던 채송화가 생각나서 그렸다고 하십니다. 채송화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꽃입니다. 

김명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숙이 누나가 생각났습니다. 기숙이 누나는 우리 동네에 살던 누나입니다. 어느 날 기숙이 누나가 집을 나갔다는 소문이 떠돌았습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집안 형편을 비관했던 것입니다. 기숙이 누나네 집은 길가에 있어서 누구나 지나가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울타리도 대문도 없는 집이었습니다. 누나가 나가고 없는 빈 집에 홀로 눈부시게 피어 있던 그 여름의 채송화가 생각났습니다.

 

 

 

만성 <미술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