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찬 고택 부지 ‘경매’ 충격

소유주 담보로 얻은 빚 감당 못해…현재까지 두 번 유찰
문화재청, “예산도 없고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2012-05-24     김혜동 기자


△ 중요민속자료 제231호 엄찬고택

매죽헌 성삼문 선생의 외손이 거주하면서 성삼문의 묘역을 관리하며 여생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노은리 엄찬고택(중요민속자료 제231호)의 토지가 법원경매물건으로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 따르면 엄찬고택 토지를 두고 지난해 12월 2일 경매가 개시됐으며, 5월 22일 현재까지 두 차례 유찰 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경매 시작가는 1억6675만2000원이었으나 2012년 4월 9일에 열린 경매에서 유찰된 이후 지난 14일 두 번째 경매에서도 재차 유찰돼 오는 16일 열릴 3차 경매일에는 8170만8000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될 상황이다.

엄찬고택 토지의 현재 소유주는 몇 해 전 사망한 당시 소유자 김모 씨의 며느리인 소모 씨로 경매에 엄찬고택의 토지가 매물로 나온 것은 엄찬고택이 자리한 노은리 29번지의 땅을 담보로 얻은 채무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엄찬고택의 경우 소유자 김모 씨가 사망한 이후 자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현재까지 소유권 이전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황으로, 다음달 19일 열린 경매에서 제3자가 매각결정을 할 경우, 문화재를 두고 토지주와 고택소유주가 다른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실제로 엄찬고택은 1992년에 고택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개인의 소유로 넘어간 이후 현재까지 소유권이전만 세 번째다. 하지만 개인이 고택의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자 홍성군이 1996년에 중요민속문화재 231호에 등록했으나 문화재 재산의 사유화에 따른 관리 부실을 피할 수는 없었다.

홍성군 측은 몇 차례 엄찬고택에 대한 매입을 시도했으나 당시 소유주 였던 김모 씨 측이 2억여원의 감정평가액을 훨씬 웃도는 가격을 제시했기에 매입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홍성군 관계자는 “사망한 소유주의 자손들 중 일부는 경매매물로 나온 토지를 엄찬고택과 함께 홍성군에서 매각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군에서 매입을 한다하더라도 법률문제와 예산확보 등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유족 전체의 입장이 아닌 만큼 군의 고택 매각에 대한 입장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엄찬고택 부지처럼 문화재를 포함한 고택의 토지나 고택자체가 경매로 넘어간 대표적인 예로 현충사 내 개인 소유의 이순신 장군 고택부지를 꼽을 수 있다. 이 고택부지는 2차 경매에서 가까스로 종친회가 매입했다. 고택의 경우 이런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행 법률 상 문화재라 하더라도 토지나 건물의 소유관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다만 문화재의 훼손이 요구되는 긴급한 사안일 경우 문화재청에서 매입하기도 하지만, 긴급매입예산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부동산의 경우에는 더더욱 우선순위에서 밀려 매입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