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탈당…국민생각 출신 32명 입당
홍성·예산 선거구, 서상목(전 보건복지부장관) 당협위원장 선임
2012-05-24 디트뉴스 김갑수 기자 / 서울 한지윤 기자
이회창 국회의원(홍성·예산, 전 자유선진당 대표)이 지난 20일 탈당을 선언했다. 반면 4·11총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정당지지율 2%에 못 미쳐 정당 등록이 말소된 국민생각 소속 인사 32명은 자유선진당 입당을 선언했다. 국민생각의 이신범 전 최고위원(15대 통일민주당 국회의원), 이원복 전 당무위원(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장준영 전 당무위원, 박광무 사무부총장 등 32명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가 참여했던 국민생각은 해산됐으나 자유선진당과의 정치적 통합을 통해 대안정치세력 총결집의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는 다음 달 초 귀국 자유선진당에 입당, 최고위원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리저리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정치권의 생태가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제 살길을 찾아 오고가는 명분이야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은 향후 국민들에게 어떠한 정책과 비전을 보여 줄 것인가의 문제다.
이회창 전 대표의 탈당은 지난 2008년 2월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등과 함께 자유선진당을 창당한지 4년 3개월만의 일이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인제 의원과의 갈등설이 탈당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주창해 온 ‘보수대연합’을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4·11 총선 결과에 대한 참담한 심경을 드러낸 뒤 “비대위를 구성해 개혁과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 개혁과 변화로 우리 당이 활로를 찾게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비록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해 여러 가지 힘든 일도 많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이념을 지키고 정직과 신뢰, 법치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보수정당으로서의 긍지와 신념으로 자유선진당을 일구어 왔다”면서 “저는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역경 속에서도 자유선진당을 창당하고 꿋꿋이 당을 지켜온 일을 무엇보다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계속해서 “우리 당이 ‘자유선진당으로 있는 동안, 즉 개명을 하게 될 전당대회 이전에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당이 자유 대한민국과 이 땅의 7500만 국민, 그리고 통일을 위해 오로지 정도로만 가는 올곧은 정당이 돼 주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피와 땀이 녹아 있는 자유선진당의 당명이 바뀌게 되는 만큼 더 이상 당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전 대표의 이날 탈당이 전당대회를 목전에 둔 자유선진당으로선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자유선진당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탈당 도미노 사태가 불가피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의 국회의원 임기는 오는 30일까지다.
“이인제, 주인 이회창을 뒷방 늙은이 취급”
이회창 전 대표가 20일 자유선진당을 전격 탈당한 가운데, 이 전 대표의 측근들은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인제 비상대책위원장이 창업자이자 실질적 대주주인 이 전 대표를 뒷방 늙은이 취급 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노골적으로 나오는 등 이번 사태로 인한 내부 파열음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자유선진당 한 관계자는 “법정 관리인 비슷한 사람이 회사를 살릴 생각은 안하고, 아예 자기 회사로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에게 상의조차 없이 당명이나 정강·정책을 바꾸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뒷방 노인네 취급을 받으며 평당원으로 있으면서 온갖 수모를 당하는 것 보다는 탈당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 측근은 “본인이 만든 당의 모습이 하나씩 훼손돼 가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 왔다. (이인제 위원장이) 자기가 주인인양 당명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이는 결국 자유선진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당명 교체가 아닌 당의 혁신과 변화를 바랐는데 전혀 다른 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인제 위원장이) 탈이념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전 대표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측근들 사이에서는 이 전 대표가 12월 대선 정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보수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선 경선 룰을 놓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홍성·예산 선거구, 서상목 당협위원장 선임
한편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이회창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자유선진당은 이인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당 정비와 외연확대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18일 선진당은 임기만료 및 공석의 시도당 위원장 62명을 선임했다. 충남지역에서는 천안을 선거구 당협위원장에 박중현(연세멘파워비뇨기과 원장)과 홍성·예산 선거구에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당협위원장에 선임됐다. 또한 서울 21명, 부산 17명, 인천 11명, 광주 2명, 대전 3명, 충북 4명, 경북과 제주에 각 1명이 당협위원장에 선임됐다. 자유선진당은 오는 29일 전당대회를 열고, 당명개정을 비롯해 기존 보수성향의 정강정책을 중도 쪽으로 개정하고, 대표 및 최고위원 등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지난 4·11 총선에서 지역구 3석, 비례대표 2석 등 5석을 얻는 데 그친 현재의 자유선진당은 총선 참패에 따른 변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여기에 지역구에서 당선된 아산선거구의 이명수 당선인과 서산·태안선거구의 성완종 당선자가 자유선진당을 탈당, 새누리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소문도 소용돌이를 거세게 휘감고 있는 형국이다. 중요한 것은 정당의 본질적인 기능은 정체성이 핵심이며, 정권 창출이 목표다. 또 민심의 흐름에 부응하는 것도 정당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앞으로 자유선진당이 유일하게 남은 지역정당의 한계를 시대정신과 맞물려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