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환자 피하기 일쑤, ‘간 보는’ 간병인에 두 번 우는 보호자들
개인 간병인과 보호자 갈등에 병원 측 “책임 없어” 일관
논의 어려운 간병서비스,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급여에 비해 과중한 업무 등으로 간병인의 숫자가 줄어드는 반면,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발맞춰 노인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관내 일부 일선 병원에서는 개인 간병인과 환자, 혹은 간병인과 환자 보호자 간의 갈등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부모가 번갈아서 홍성의료원에서 투병생활을 하게 돼 간병인을 고용했었다는 전모(53) 씨는 최근 간병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제보했다. 알선업체 소개로 고용한 간병인과의 갈등이 생겨 병원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병원은 간병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해당 병실이 위치해 있는 소속 층의 근무를 정지하는 벌칙을 주는 과정에서 간병인이 문제를 제기한 보호자 자택에 찾아와 항의하는가 하면, 의료원에 출입하는 다른 간병인들 사이에도 소문이 번져 개인 간병인 고용에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전모 씨는 “요즘 시대에 간병인 없이 가족의 투병생활을 안정적으로 지속한다는 것이 힘들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간병인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심지어 ‘대소변을 자주 본다’는 등, ‘간병인 팁이 인색한 자식들 치고 오래 사는 부모를 못 봤다’는 등 간병인들끼리 하는 얘기를 간혹 들을 때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때마다 불만을 제기할 수는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전모 씨와 같은 병실에 입원한 부모님의 간병을 위해 의료원 측에서 소개한 전화번호에 의지해 간병인을 고용했었다는 이모 씨 역시 몇몇 개인 간병인들의 행동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 씨는 “홍성에 연고가 없어서 병원에서 알려준 전화번호로 간병인을 구하는 과정에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고 성토했다. 연락이 닿은 간병인들 몇몇이 이모 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병실을 다녀갔고, 이후 주변의 간병인들이 하는 얘기가 ‘간병인들이 미리 간을 보고 갔다’는 것이다. ‘간을 본다’는 표현은 간병인들 사이에서 ‘환자의 병세, 즉 중증인지 아닌지를 미리 알아본다’는 의미로 흔히 사용되는 속어이다.
이모 씨는 “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물론 쉽지 않다. 때문에 간병인은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덕목이 봉사정신이고, 그 다음이 금전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에게 ‘간을 본다’는 표현을 쓸 수가 있는지 황당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불만을 제기한 보호자들은 불합리한 개인 간병인 제도가 간병인 서비스의 질이 추락하는 주된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모 씨는 “종일제 간병인의 경우 홍성지역은 환자의 상태를 떠나 1일 6만원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일당 지급에 차등을 둬야 하며 무엇보다 응급처치나 썩션이 가능한 간병인들에 대해선 더 좋은 처우를 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천편일률적인 간병인 처우가 방만한 운영과 질 낮은 서비스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열악한 간병인 처우 …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기도
반면, 개인 간병인들도 열악한 처우에 불만을 터트리는 일이 다반사로, 홍성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간병인은 “환자를 돌본다는 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데 시급 2500원 정도도 안되는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며, “다른 직종과 비교도 안되는 장시간, 저임금”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자주 도마에 오르는 개인 간병인과 보호자와의 마찰도 열악한 간병인 처우에서 기인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간병인은 “탈의실, 식사공간도 없는 병원에서 24시간 있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건강도 나빠지며,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어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이 다반사”라며, “최근에는 환자들의 드레싱을 갈아주거나 소변체크, 관장 등 간호사의 업무까지 개인 간병인들에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화돼있어 일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현행 의료법, 분쟁 조절 장치 없어
한편, 개인 간병인들에 대한 보호자들의 불만이 발생한 홍성의료원측은 환자보호자와 개인 간병인 사이의 고용 등에 따른 계약관계에 대해 어떠한 관계도 없으며, 문제가 발생했다하더라도 법적인 책임 또한 전혀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현행 의료법이나 의료기관 준수사항 등에는 개인 간병인과 관련한 조항도 전무한 상황이다. 때문에 환자 보호자와 개인 간병인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자칫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보호자 측의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관해 홍성의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 측도 병원에 소속된 간병인을 비롯해 개인 간병인과 환자관리 의무에 신경을 더 써야하겠지만 보호자 측도 무조건 병원에 책임을 떠넘기려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간병인의 소속 여부와 보호자의 의무 등에 따라 명백한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