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속의 기업, 자연의 기술로 빚는 건강한 먹거리 만든다

[여성의 힘,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의 시작]좋은 농산품 가공하는 사회적기업 ‘지랑’ 이문숙 대표

2012-08-09     최선경 편집국장

여성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세상을 바꾸는 일에 작은 힘을 보태는 여성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일까. 사회적기업은 한마디로 이윤 추구를 위해 직원을 고용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소외계층 등을 고용하기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혁신적인 조직이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다.

구항면 내현리 거북이마을엔 충청도 사투리로 간장을 뜻하는 ‘지랑’을 상호로 내건 사회적기업이 있다. 그리고 평범한 불혹의 주부 이문숙(구항면 지정리. 40) 대표가 작지만 꿈과 희망이 있는 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아이들의 입에서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그저 집에서 살림이나 하고 농사나 지으면서 평생 살 줄 알았는데, 마흔이 넘은 아줌마가 한 기업의 대표가 되다니 스스로 자부심을 느껴요”

소박하고 맑은 심성을 지닌 여성이다. 이 대표는 처음 ‘지랑’과 인연을 맺으면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많은 고민과 두려움에 걱정이 앞섰다고 털어놓았다.




‘지랑’은 지난해 1월 충청남도가 주관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어 예산 및 경영컨설팅 등을 지원받고 있다. 원래 거북이마을은 담양 전 씨 집성촌으로, 처음엔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 씨 집안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빚은 고추장과 된장 판매를 주로 했다. 그러다가 점차 1차 가공품을 주원료로 2차 가공품을 개발하여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농촌체험관광과 연계하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겉으로는 종가음식과 한옥고택에서의 숙박, 그리고 계절별로 재미난 농촌체험학습을 재정비했으며, 요즘엔 출장부페까지 사업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첫 시작이 어려웠어요. 일단 홍성군에 거주하는 워킹맘 시장부터 공략하기로 했죠. 자녀들과 부모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음식을 개발하여 운영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거북이마을에서 진행된 ‘지랑’의 체험 및 음식에 만족한 워킹맘들이 서울이나 대전 등지에 거주하는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앞장 서 거북이마을을 홍보하고 고추장과 된장을 팔아주기 시작했다.

덕분에 지난해 겨울 전국을 휩쓴 구제역으로 인해 5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말까지 불과 5개월만에 4500여명의 방문객으로부터 1억 4000만원의 수입을 거둘 수 있었다.
또한 이 대표는 워킹맘과 소통하면서 대단히 귀중한 정보를 얻게 됐다. 다름 아니라 젊은 엄마들은 늘어난 경제력만큼 자녀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한다는 사실이었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저농약,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해 직원들이 직접 고추를 따고 햇빛에 말려 손수 고추장을 담갔어요. 직접 재배한 유기농 콩으로 만든 된장은 가장 잘 나가는 품목이에요. 그러다가 오이, 고추, 무를 장류에 절여 피클로 재가공해 판매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죠.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좋은 식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어요”

이 대표는 어려서 일찍 부모를 잃고, 15살에 서울로 올라가 의류공장에 취직해 미싱일을 했단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고된 생활을 하며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넌지시 속내를 드러냈다.

“바깥일을 시작하면서 남편이 변했어요. 집안일은 전적으로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바빠진 아내 탓에 이젠 혼자 밥도 잘 차려 먹고 설거지도 도와주면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요. 정작 본인도 직장일 하랴, 농사지으랴 쉴 틈이 없을 텐데도 뒤늦게 사회생활에 뛰어든 아내를 위해 조금씩 희생하고 열심히 내조해 주니 너무 감사한 일이죠”

비록 남들처럼 부자도 아니고 많이 배우지도 못했지만 성실한 남편과 ‘행복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든든한 아이들이 있기에 이 대표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건 누구를 만나건 그 사람을 믿고 일을 맡길 수 있고, 그 사람을 믿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얻기까지는 부단한 노력과 의지가 요구되겠죠?”

일과 삶이 하나가 되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꾸리는 사회적기업 ‘지랑’은 믿음과 신뢰를 중시하는 착한 대표 이문숙 씨와 함께 오늘도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