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단(휴전선) 155마일에 남기고 온 시간들
7월 27일은 참혹했던 전쟁의 참화로 기아와 굶주림 속에 기대와 희망은 기대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던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이 발발하고 휴전을 맞은 지 59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은 국제연합군 대표 미 육군중장 월리암 K.해리슨과 조선인민군 대장 남일이 참석자로 하는 가운데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미 육군대장 마크 W.클라크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원수 김일성,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회가 7월 27일 10시 판문점에서 서명한 정전협정이 있었던 날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협정의 효력은 말 그대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평화협정도 체결되지 않은 채 다만 멈추고 있을 뿐이다. 그 변함없는 현실이 눈앞에 아득하게 밀려오고 있었다.
부모를 잃고 남편을 전쟁에 보내고 아들의 소식을 들어보지 못하고 고인이 된 수많은 이 땅 대한민국의 운명이 해금강에서 밀려오는 파란의 파도로 넘실거리고 있는 듯하였다. 대학생과 6·25전쟁 참전유공자, 국군포로 가족, 유족회원으로 구성된 일행은 화천 평화의 댐에서 잠시의 발길을 멈추었다. 평화의 댐은 북한의 금강산댐의 수공(水攻)침략에 대비해 1987년 2월부터 1988년 5월까지 강원도 화천군 화천댐의 북한강 상류에 건설한 우리 국민 모두의 방어막이다. 6·25전쟁은 우리민족의 최대 비극이었고 그로인해 우리 민족이 치른 대가는 너무나 혹독하였다. 우리의 무지와 전쟁에 대비하지 못한 채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우리의 어두운 역사로 마음이 아팠으며, 다시는 이 땅에 비극이 없는 희망의 나라, 평화의 나라, 꿈이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 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우리의 아름다운 한반도의 심장을 도려내듯 가로지르는 155마일 철책선,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세계 유일하게 남아 분단의 아픔이 철책선의 삼엄함 만큼이나 이 땅을 지키는 군인들의 눈빛 또한 빛나고 있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59년이 지났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은 채 잠시 멈추어 있을 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휴전선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서 방탕과 유희의 관념에 사로잡혀 자유와 풍요를 만끽하고 있다.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그릇된 사고에 사로잡혀 지금이 어떤 상태인가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갈등과 집단적인 이기주의에 갇혀 온 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다. 철책선을 지키는 초병의 어깨가 이 땅의 오늘을 살아가는 일행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누르는 듯하였다. 그들이 바라보는 북녘의 하늘은 무슨 빛으로 비추고 있을까. 흐르는 땀이라도 닦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발길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의미 있는 안보현장에 대한 순례 체험행사가 앞으로는 기성세대보다는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어야 하겠음을 실감하였다. 자라나는 청소년은 이 땅 대한민국의 희망이요, 꿈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올바른 현실이 어디에 와 있으며 우리가 어느 상황에서 살고 있는가를 명확하고도 체험적으로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그들의 가슴에 그들의 희망의 자리에 나라사랑의 강열한 의식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선열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남겼고, 우리의 부모님들은 희망의 터전을 남겼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묻고 싶다. 친미 친일의 사대주의 정권이라며 대한민국의 건국과 근대화의 주역을 폄훼하는 집단과, 세습 독재국가 북한에 대하여 맹목적인 추동하는 이들은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야기하고 자유대한민국의 파괴를 기도하는 일이며 반드시 국민 모두의 힘으로 막아야 할 사명을 주문하고 있다. 임진각에서 북녘을 향해 애타게 꿈에 그리는 가족을 부르는 모습이 눈에 선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