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장애 넘어 음악으로 마음껏 날아요”
발달장애·비장애 청소년 통합밴드 ‘나르샤 밴드’
2012-08-20 최선경 편집국장
홍성읍 오관리 공무원 주택가에 소재한 낡은 건물 지하연습실에선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서툰 밴드연주음이 울려 퍼진다. 주로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청소년들로 이뤄진 ‘나르샤 밴드’가 오는 9월 첫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나르샤’는 ‘날다’의 존칭형으로 ‘육체의 장애를 뛰어넘어 자유롭게 날 수 있다’는 의미로 지난 3월 다님길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황영란)에서 장애인인식개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위한 통합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취지로 결성했다.
나르샤 밴드는 현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부분이 발달장애 2~3급을 갖고 있다.
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이 어울려 밴드연습을 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차별 인식을 바꾸려고 했다. 어려서부터 더불어 사는 통합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구성된 나르샤 밴드는 충남에서는 최초의 장애인 밴드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박노찬 지도교사<사진 윗줄 왼쪽>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을 두고 있어 누구보다 장애아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장애의 정도나 연령차 등 아직 미숙한 면이 많고 제대로 된 연주를 하기까지 비장애인들보다 10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형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한 곡씩 완성해가고 있다. 지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력도 없을 것이란 편견을 버려줬으면 좋겠다. 아직 발굴되지 않았을 뿐이지 저마다 개개인의 능력이 잠재돼 있다. 하루하루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음악적 재능을 보이는 친구들이 제법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 교사는 “합주가 되어 가는 단계를 거치면서 정작 아이들 스스로가 희망을 갖게 됐다. 다만 아쉬운 것은 비장애 청소년들의 관심이 더 많아져 밴드 활동에 적극 참여해 줬으면 하는 점이다. 뛰어난 실력이 아니라 봉사하는 마음을 가진 청소년들의 참여를 적극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다님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희정 담당자는 “스트레스가 있어도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지만 음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밴드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춰가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나르샤 밴드의 앞으로의 계획은 실력이 갖춰지면 지역 행사를 통해 재능 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밴드에서 베이스기타를 맡고 있는 윤일구(홍성고 3·사진 윗줄 오른쪽) 군은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다. “연주를 하면 즐겁고 행복해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하고 싶어요”라고 수줍게 밝혔다.
누구보다 맑은 마음을 가진 나르샤 밴드 구성원들은 어려움 없이 마음껏 연주하고 봉사하는 날이 오는 것을 희망으로 삼고 있다. 연습실은 물론 악기조차 없어 빌려 써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음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고자 하는 열정은 그 누구도 꺾지 못할 것이다.
황영란 소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는 함께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라며 “문화의 영역에 지원과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장애인의 문화활동은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다. 문화는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장기적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르샤 밴드는 오는 9월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순수하게 실력으로 인정받는 밴드가 되기 위해 오늘도 그들의 연습실에선 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희망찬 음악소리가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