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더불어]아이들의 숨은 재주

2012-08-23     유선자 시민기자

아이들은 매일 매순간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까?
하루종일 내리는 빗줄기가 자장가처럼 몸을 나른하게 만드는 하루. 우리 두 꼬마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작은아이가 숨바꼭질을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다.
화장실에서 일보고 있는 오빠에게,

“오빠~. 우리 숨바꼭질 해. 오빠가 숨어, 내가 찾을게~”
“응, 알았어~”

화장실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숨을 시간도 주지 않는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찾는다~”

큰 아이는 어디에 숨었을까? 계획도 못하고 이불 속에 숨는다. 그런데 상체는 이불 속에 가려져 있고 하체는 다 보인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분명 작은아이가 오빠를 발견했는데 모른 척 하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지,

“우리 오빠 어디 숨었지? 엄마는 알아?”

하고 묻는다. 그러면서 작은 공간을 돌고 돈다. 이번엔 큰아이가 계획을 변경한다.

작은방 옷장 속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도 작은아이가 빨리 발견하라는 의미인지 깜깜한 것이 무서워서인지 한쪽 손은 다 보인다. 이번에도 기대되는 작은아이의 반응

“아하하하 오빠 여기 숨었구나~”
“어떻게 알았지?”

개그맨의 멘트를 옮겨봤다. 하지만 아직 성인처럼 빠르지 않은 발음이 우스꽝스럽다.
이번엔 바꿔서 작은아이가 숨고 큰아이가 찾으러 다닌다. 하지만 큰아이에겐 룰이 정해져 있다.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나를 게임에 넣어 버린다는 사실.

“찾았다. 엄마를 찾았다~”

라고 하자 작은아이가 숨어 있었던 곳에서 나와 버리는데, 엄마라는 사실에 또다시 숨을 곳을 찾아 헤매는 사이

“여기 있었구나~, 이리와 봐 내가 안아줄게~”

안아준다는 말에 기쁜 동생. 두 팔을 번쩍. 이번엔 업어달라고 주문을 한다.

“나도 오빠 업어주고 싶은데…”

다칠까봐 주의를 주었더니 잠자고 있는 곰돌이를 꺼내어 등에 업고 다닌다.

한 뱃속에서 낳았는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성향이 이렇게 다를 수 없다. 물론 선천적 닮은 구석도 많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