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전해준 장난감
잠을 자다가도 혹시나 하는 염려덕분에 잠도 잘 못자고…
어린이집에서도 하루 휴원을 했지요. 그나마 비가 그치고 태양은 얼마나 따뜻하게 우리를 반겨주는지.
지난 목요일 아침이었어요. 평상시처럼 아이들과 손에 손을 맞잡고 길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여섯 살 큰아이가 무언가를 발견했어요.
“도토리다, 엄마 도토리 맞지?”
“응, 도토리 맞구나~ 어떻게 알았지?”
“어린이집에서 배웠어~ 이건 도토리 모자야?”
도토리를 주운 오빠가 부러운 듯, 네 살 딸아이가,
“나도 도토리 줍고 싶은데…”
하며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지 뭐예요.
“그럼, 우리 어린이집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토리나무도 찾아보고 도토리도 주워볼까?”
“네~”
걸음걸이에서 기쁨의 소리가 느껴지더군요.
그날 오후 딸아이가 떨어진 은행을 가리키며,
“이것이 도토리지?”
“잘 봐봐~ “
“아~ 이건 냄새나는 은행, 은행이구나~”
“그렇지. 아침에 본 도토리와 다르지?”
밤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가 도토리나무인가?”
“잘 모르는 구나, 감나무, 밤나무, 은행나무가 이곳에 있지. 도토리나무는 이곳에 없네?”
“아니야, 아침에 도토리를 이곳에서 주웠는데”
우리의 이야기는 지속되었답니다. 며칠 전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 탓에 우리 집 가까이에 도토리나무는 없지만 우리 집 뒷산에 도토리나무가 있고 태풍의 강한 바람이 도토리를 보내준 거라고.
그날 우리 아이들은 도토리 10개를 주웠고 도토리 모자를 17개 주웠답니다. 그러면서 내게 하는 말,
“엄마, 이걸로 도토리묵 만들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