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詩] 아이 유치원 가다

2023-04-13     서현진 시인

아이가 울면서 노란 차를 타고 처음 유치원에 가다
백합 반 교실에서 내내 고추를 만지고 있는 아이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들

비행기도 추락하고 기차는 기찻길에서 탈선하고 로봇은 한쪽 팔이 빠지다 차량 운반차는 뒤집히고 구슬들은 어디론가 숨어 버리다
레고로 만든 성은 한쪽 벽이 와르르
벽에 그린 크레파스 그림은 노래를 멈추고 
동화책 위에는 먼지가 
아침 햇빛 속에 분분하다

고요가 뭉텅 뭉텅
긴 햇살만이 거실을 떠돌다

아이가 
엄마,  
부르며 현관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자

거실의 흑백 화면이 칼라로 바뀌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