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詩] 각

2023-05-20     서현진 시인

방의 네  모서리에 
각 각 한 명씩 앉아 
돌아가며 자리를 바꾸는 놀이
어느새 하나가 사라지고
또 하나가 사라져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해
잘 안다고 착각하면서
사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지
그 사이 한 얼굴이 사라지고 있네
어떤 얼굴은 눈동자에 황달이 보이고
다른 얼굴은 화가 나 노려보고
웃을수록 찡그린 얼굴이 되곤 하지

우리는 네 모서리에 앉은 사람들
결국은 각자의 모서리에 앉아
자신의 얼굴만 쳐다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