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추석빔’

2012-10-08     유선자 시민기자

여섯 살 아들과 네 살 된 딸을 키우고 있다.
지인으로부터 남자아이 한복은 지속적으로 물려받아 별 고민이 없는데 딸아이 한복이 문제다.
식욕은 왕성해서 편식 없이 골고루 먹는데도 음식이 모두 목소리로 흡수가 되는 듯, 목소리는 우렁찬데 여전히 몸집은 작기만 하다.

‘성격도 남자답고 하니까 남자아이 한복을 입힐까?’ 이런 고민까지 해보았다. 세탁해 놓은 한복을 입어보는 오빠 앞에서

“나도 한복 입고 싶은데…”
“그럼, 너 이것 입어”
하면서 제일 작은 남자한복을 건넨다. 색상은 화려하지만 남자아이의 것만은 확실하다.

“정말? 오빠 고마워~”
그러면서 입고 있던 옷을 속옷만 남기고 훌러덩 벗더니 재빨리 옷을 갈아입는다.

“하하하하, 엄마 나 왕자님 같지~?”
“왕자님 되고 싶구나?”
“아니, 난 예쁜 공주 되고 싶은데…”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반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갔다. 1층 로비를 지나치는데 화려한 한복들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아이 시선이 그곳에 머물러 서 있다.

“와~ 예쁜 한복이다. 나 이거 입고 싶은데…”
큰아이는 한복을 사준 적이 없어서 작은아이만 새로 사주기도 미안한 마음에 혼자서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곁에 서 있던 큰아이가 하는 말,

“내 동생은 한복 없으니까 이것 사 줘야겠네~”
“가격이 얼마니?”
“잘 모르겠다. 비싸? 엄마, 비싼 거라서 고민해?”
“아니, 동생만 새 것 사줘도 되나 싶어서~”
“괜찮은데, 그럼 나 초콜릿 우유 하나 사주면 되지. 뭐~”

그래도 한참 고민 끝에 장 볼 것 다 보고 돈이 남으면 제일 저렴한 것으로 사줘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장보는 내내 딸아이는 투정도 안 부리고 잘 따라다닌다.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드디어 결정의 순간.
제일 저렴한 아동용 한복은 사이즈가 없어서 고민도 못하고 두건과 함께 여아용 한복을 구매하고 복주머니는 작은아이가 직접 선택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두건을 보며
“난 두건 없으니까, 내가 써야겠다.”
평소 같으면 둘이 서로 큰 소리를 내며 다퉜을 텐데 한복에 마음을 빼앗겨버린 작은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 공주님 된 것 같아~”
하며 좋아라한다. 친구에게 자랑도 해보고.

추석빔 하나로 남매가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것 같아 내심 가슴 한 켠이 뭉클하고 뿌듯하다.

그저 지금 이대로만 서로를 아끼면서 커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