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지역·고령수급자 배려 없는 ‘문화바우처’
가맹점도 적고 특정 품목에 편중
인터넷은 금융인증 힘들어 그림에 떡
2012-10-25 김혜동 기자
정부가 저소득층의 문화적 혜택을 확대하겠다며 문화바우처 사업을 시행한지 올해로 2년째. 문화향유 변방지나 다름없는 홍성군을 비롯한 군단위 지자체에서 문화바우처 카드의 이용과 관련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1가구 5만원이라는 낮은 혜택으로 정부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바우처란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저소득층에 공연·영화·전시 등의 관람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2005년도에 처음 도입됐으며 홍성군의 경우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0년도까지 1인당 5만원씩 지원되다가 2011년도부터 가구당 5만원으로 바뀌며 총 수급대상의 숫자는 늘어났으나 가구당 혜택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홍성군의 경우 지난해 7180만원의 예산으로 1416명이 문화바우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실제 수혜율도 91~92%로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 지자체에 비해 높은 수혜율로 인센티브 1000만원을 확보한 홍성군의 올해 문화바우처 예산은 8180만원으로 대상인원 역시 1636명으로 늘어났다. 10월 현재 약 1200여명이 바우처 카드를 발급받았으며, 이는 전체 74%에 해당하는 수치라는 설명이다. 지금도 참여대상자를 독려하는 신청 안내문을 발송하고 개별 연락을 취하는 등 지자체별로 이용실적율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화바우처 수혜 대상자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인 홍성지역의 경우 문화카드가 있더라도 카드를 사용할 만한 문화시설이 거의 없고 고령인구가 많다 보니 주민이 직접 찾아다니면서 문화활동을 할 여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문화카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성군내 가맹점 12곳 불과
2012년 현재 홍성군내 문화바우처 가맹점으로 등록된 곳은 모두 12개소. 광천읍 2개소(음악여행, 홍주교육), 갈산면 1개소(홍주교육), 홍북면 1개소(용봉산시네마)를 제외한 나머지는 홍성읍(CGV, 혜전대구내서점, 제일서적, 중앙서적, 기독백화점, 아동도서할인매장, 동원극장, 리산)에 편중되어 있다. 서점이 7군데, 영화관 3군데, 음반가게 1군데 등이며 홍주문화회관 공연의 직접 카드 결제까지 포함하면 카드 가맹점은 총 13곳이나, 카드사용은 주로 도서구입 용도로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가맹점의 경우 오프라인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하지만 은행 범용 공인인증서가 설치돼 있어야 결제가 가능하며, 무엇보다 메이저 공연의 경우 홍성 인근에서는 관람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공연을 보기위해선 공연료보다 비싼 교통비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으로 현실적으로 관람하기가 여전히 어려운 여건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바우처 카드 용도 중 도서구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실질적 카드 사용이 2012년 5월 중순 이후에 발급되면서 수혜자들 사이에서 볼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두 명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수혜자 최모 씨는 “아무래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보니 각종 교재구입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학기초에 바우처카드로 이런저런 책을 사고 싶어도 너무 늦게 발급돼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4인 가구 영화 한편 보면 소진
무엇보다 2011년도 이전까지 1인당 5만원에서 1가구당 5만원으로 지원대상이 변경된 부분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문화바우처 인터넷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1가구당 5만원이라는 금액이 현실의 물가를 무시한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성토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민원인 박종형 씨는 “문화바우처 카드를 소지한 4인 가족이 1편의 영화를 보고 팝콘 하나 사먹으면 끝나버린다. 비현실적 생색내기에 바우처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힐난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민들은 소득정도에 따라 문화바우처 지원금액의 차등지급을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홍성군 관계자는 “문화와 여행을 쉽게 이용하지 못해왔던 소외 계층을 위한 적극적인 서비스 지원이 본 사업의 취지이므로,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으로 대상자분들이 어려움 없이 문화상품과 여행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것은 물론, 가맹점 확대를 위한 독려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지역 소외계층 대부분이 나이가 많거나 지역특성상 농촌으로 구성돼 바우처카드를 발급해도 인터넷으로는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적극적인 홍보와 지역특성에 맞는 기획사업 등으로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