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수련관의 안일한 행정 처리, 공연한 갈등만 키워

갑작스런 체력단련실 용도변경, 이용자들 ‘반발’
어른과 청소년 갈등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 대두

2012-10-25     최선경 편집국장

홍성군청소년수련관(관장 염운섭)의 안일한 행정 처리가 공연히 군민들 간 갈등을 초래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홍성읍 옥암리에 위치한 청소년수련관 지하 1층에는 유료로 운영되는 20여평 규모의 체력단련실이 있다.
당초 체력단련실은 처음 수련관을 개관할 때 많은 예산을 들여 청소년 헬스시설로 만들었다. 청소년 이용자가 거의 없어 기구가 녹이 슬고 효율성이 떨어지자 일반 군민들을 모집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수련관 측은 갑작스럽게 체력단련실을 폐쇄하고 탁구장으로 용도를 변경하겠다고 나서 이용자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수련관 측은 체력단련실의 용도변경과 관련해 지난 11일 설명회를 마련하고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 자리에서 청소년수련관 권진택 사무장은 “체력단련실의 기구들이 노후화돼 기구를 교체하려면 약 8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군에서는 현재 이와 관련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하니 안전상 어쩔 수 없이 체력단련실을 폐쇄하고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용도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설명하며 “아직 용도변경과 관련해 확정된 바가 없으며 더더욱 이 자리는 공청회가 아닌 설명회 자리”임을 강조했다.

한편 청소년운영위원회는 지난달 9월 시설모니터링을 통한 수련관시설 운영제안서를 통해 기존의 체력단련실을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으로 확보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청소년 대표와 이용자 3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았으나 결국 합일점은 찾지 못했다.

이용자들, 대안 없는 갑작스런 폐쇄 방침에 항의
체력단련실 이용자 일부는 수련관 측이 여러 가지 소소한 민원과 청소․이용료 관리 등 운영에 어려움을 느껴 폐쇄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했다.

이용자 이 씨는 “직장이 이 근처라 접근성이 좋고 잠시 짬을 내서 운동을 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굳이 청소년들이 없는 낮 시간에 공간을 비워두기보다 일반 군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훨씬 효율적이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용자 곽 씨는 “아무 문제없이 10여 년간 잘 사용을 해왔는데 갑자기 용도 변경을 추진하면서 마치 일반 군민들이 청소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듯 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우리 회원들은 50~70대 노인들이 대다수다. 가족 같이 친목을 도모하며 세대 간 소통의 공간에서 건전하게 건강관리를 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아무런 대책 없이 체력단련실을 폐쇄한다면 회원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사실 정들었던 공간을 잃게 된다는 정서적 상실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홍성군의회 이상근 의원은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체력단련실을 폐쇄할 수는 없다”며 “내년 도민체전이 끝난 이후 홍주종합경기장에 군민들을 위한 공익의 체력단련실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빠른 시일 내에 수련관 측과 체력단련실 이용자, 청소년 대표들이 모여 △대체 시설이 마련되기 전에는 체력단련실을 폐쇄하지 않을 것 △시설의 공간을 1/3 줄여서 청소년 공간 확보 △평일 오후 5시~7시에는 어른들의 사용을 자제한다는 내용의 절충안을 가지고 협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적 절차 무시하고 소통하지 못한 수련관 측 책임 커
청소년수련관은 해마다 군민들의 혈세 3억 7000여만 원이 투입돼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위탁기관이다.

수련관 측이 진정으로 체력단련실을 청소년들의 공간으로 변경하기를 원했다면 사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체력단련실 이용자들을 설득하고 납득시켰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행정으로 지난 11일에 열린 헬스장 용도변경 설명회에서도 이 자리가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자리임을 강조하며, 한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는 점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물론 청소년수련관은 청소년들의 전용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번 체력단련실 용도변경 문제는 홍성읍의 실내체육 복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청소년들과 똑같은 맥락에서 복지 문제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수련관 측이 용도변경에 앞서 이용자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갖고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으로 진행했더라면 이처럼 갈등이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마치 어른과 청소년이 하나의 공간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것처럼 외부에 비쳐져 서로 상처만 입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일점을 찾을 수 있었던 사안을 놓고 공연한 갈등을 초래한 수련관 측은,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서비스로 군민들에게 다가서야 할 것이란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