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번개로 폐기물을 녹이는 에너지기술 '플라즈마'란?

쓰레기를 에너지로 바꾸는 최첨단 신재생에너지기술

2012-11-19     김혜동 기자
"쓰레기를 전기, 스팀, 열, 수소에너지로 바꿔주는 보물이다" 골칫덩이인 쓰레기가 에너지로 재탄생하게 되면서 돈이 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생활쓰레기(라면 봉지, 나무, 고무 타이어 등 폐기물)를 용융로에 넣고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열을 가하면 쓰레기가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이 과정에서 생긴 기체는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수소가스 등으로 저장된다. 쓰레기가 한 줌 남짓한 무공해 '슬러지(침전물)'로 변해 저장되는 순간이다. 슬러지는 벽돌 등을 만드는 무공해 재료로 변한다. 이것이 생활쓰레기 등 폐기물을 돈이 되는 에너지로 바꿔주는 '플라즈마' 용융시설이다.

■ 플라즈마 용융기술, 금속물질도 처리
플라즈마 용융기술은 어려운 이름에 비해 간단한 원리다. '플라즈마'란 물질의 제4상태로 자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번개'와 유사하다. '플라즈마 토치'라는 전자총이 쓰레기에 섭씨 5000도에서 2만도의 '인공번개'인 '플라즈마'를 쏘면 폐기물이 녹으면서 가스로 변한다.

이렇게 변한 가스에서 전기, 스팀, 열, 수소에너지를 뽑아낸다. 한마디로 번개로 폐기물을 녹여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인 셈. 에너지를 뽑아내고 남은 찌꺼기는 검은 모래 형태인 슬래그로 배출돼 벽돌, 대리석, 도로 포장용 등으로 재활용된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셈이다. 흔히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이처럼 고온플라즈마 용융기술의 기본원리는 전기를 갖고 순간온도가 최대 2만도에 달하는 플라즈마 불꽃을 만들어 용융로를 달군 뒤 모든 쓰레기를 녹이는 기술이다. 1500도에 달하는 용융로에서는 기존 쓰레기소각장이 처리할 수 없었던 금속물질이나 콘크리트 같은 산업폐기물도 처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가스와 수소가스를 저장하면 재활용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현재 쓰레기소각장들이 쓰레기를 태워 만든 열로 물을 끓여 이용하는 '스팀 발전'인데 반해 플라즈마에서는 생산된 가스로 발전기를 돌릴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

■ 정부 국책사업, 경북 청송 설치 운영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연료전지'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소가스 역시 99.99%의 순도를 가지고 있다. 정부와 지식경제부는 GS플라텍이 경북 청송군에 설치한 1일 10~15톤 규모의 플라즈마 용융로에서 수소를 저장하는 국책사업을 했다. 경기도 연천군도 110톤 규모의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 중에 있다.

이 시설은 쓰레기를 소각할 때 나오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플라즈마 용융로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 쓰레기 재활용 후 폐기물 처리문제도 수월하다. 기존 소각장은 쓰레기를 태우면 20% 가량의 재가 남아 이를 따로 매립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플라즈마 기술은 슬러지 형태로 남는 잔존물을 도로포장재나 인조대리석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즈마 용융시설은 설치면적을 기존 소각장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GS칼텍스는 이 같은 장점에 주목해 관련기술을 보유한 애드플라텍을 인수 GS플라텍으로 사명까지 바꾸며 폐기물 에너지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GS플라텍에 따르면 플라즈마 용융기술을 통해 산업폐기물 1㎏당 휘발유 0.66리터, 경유 0.59리터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승용차로 12.4km를 주행할 수 있는 양이다. 생활폐기물과 하수침전물 1㎏에서도 각 6.5㎞, 8㎞를 주행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 폐기물 활용 에너지, 주목받고 있다
최근 플라즈마 용융기술 외에도 쓰레기를 연료형태로 가공한 뒤 소각하는 폐기물고형연료제품(RDF)도 폐기물을 활용한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RDF는 도시쓰레기 중에서 종이, 목재, 플라스틱 같은 가연성 물질만 잘게 부수고 압축해서 만든 고체다.

이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 열병합발전이다. 한국중부발전의 경우 RDF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열병합발전소는 시간당 75톤의 열을 생산, 기업 등에 공정스팀용으로 공급한다. 또 발전과정에서 생산되는 9.8㎿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RDF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여 연 265억 원의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건설업체들도 폐기물 에너지사업을 지방자치단체와 진행하고 있다. 벽산건설은 메탄가스를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 사업을 부산광역시와 진행한다.

부산의 하수처리장에 관련시설을 마련 1200㎾ 규모의 전기Å열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9460㎿h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는 4인 가족 216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량이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량도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을 때와 같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음식물 폐기물 액체에서 메탄가스를 만드는 시설공사를 했다. 음식폐기물 중 고체는 가축사료로 쓰고, 액체는 메탄가스로 만들어 판매한다. 하루 평균 300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다.

■ 플라즈마 용융기술, 해외에서 평가해
해외에서도 GS플라텍의 기술을 높이 평가해 관련 사업을 제안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델리와 뭄바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 GS플라텍의 플라즈마 용융시설을 50㎞간격으로 건설, 천연가스(CNG) 차량들에 연료공급을 위한 수소충전소로 활용한다.

중동지역의 한 국가는 2015년까지 원유시설 근처에 플라즈마 용융시설을 이용한 원유찌꺼기처리장을 건설한다. 영국 노스이스트 지역에는 수소타운이 건설된다.

폐기물로 수소에너지를 만들어 지역의 조명, 냉난방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주민의식이다. 여전히 주민들은 필수적으로 생활쓰레기의 처리에도 불구, 쓰레기재생시설 등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