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의 다양함

2024-05-30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우연히 이런 말을 들었다. “내 얼굴이지만, 남이 더 많이 본다. 내 눈이지만 남들을 더 많이 쳐다본다. 내 입이지만 남들 얘기를 더 많이 한다. 내 귀지만 남들 얘기를 더 많이 듣는다. 내 머리지만 남들 생각을 더 많이 한다. 나는 남일까? 나일까?”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행동 특성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없는 고유한 독특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만의 특별한 삶을 유지하기도 한다.

지금은 소통의 시대다. 즉, 말을 잘 주고받아야 한다. 사회에 회자되는 말과 관련된 속담으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가 있는데 이 또한 말의 중요성을 일컫는다. 유행하는 베스트셀러 서적의 내용도 시대에 맞춰 대인관계, 사회적 성공에서 말과 소통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말을 잘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독서, 경청, 긍정적인 삶, 타인의 의견 존중, 공감력, 상대가 말할 때 끼어들지 말기 등 널리 알려진 것들이 많다. 정말 이렇게 하면 말과 소통이 잘될까? 이 소통의 요소를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하여 똑같이 적용하기보다는 각 개인의 특성에 맞게 취사 선택해야 효율적인 소통이 될 것이다.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소통뿐만 아니라 직업과 연결해도 같은 맥락이 적용된다. 모든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흥미와 욕구,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기는 진로탐색을 시작으로 진학, 직업, 취업과 관련된 자기를 알아가는 시기다. 진로탐색과 더불어 자기이해가 필요하고, 보호자의 결정적인 역할이 큰 영향을 주고받는 시기다. 그 결정적인 역할 가운데 첫 번째는 “학업성취도가 낮은 아이가 반드시 학습능력이 낮은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두 영역은 별개의 영역이고 단지 그 분야에 흥미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두 번째, 보호자는 자녀가 모든 분야를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못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지도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어느 한 분야가 낮아도 다른 분야를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유명 프로 스포츠 선수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자신이 못하는 것을 연습하지 않고, 잘하는 것을 더 연습해서 극복한다고 한다. 보호자가 자녀의 장단점을 발견하고 단점을 계속 없애려고 하는 것보다는 장점을 활성화시켜 주는 것이 더 그 아이의 변화에 도움을 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세 번째, 보호자는 자녀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성격, 흥미, 가치관, 재능을 우선순위로 둬야 하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자녀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에 따라 특성이 나타난다. 단순히 학교 교육과정에 나와 있는 교과목명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미술, 음악 등의 성취도를 보고 아이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자녀의 특성과 직업을 연결해 보자. 예를 들어, 말이 많고 시끄럽고 친구가 말한 비밀을 떠들고 다니는 자녀는 어떤 직업이 자신의 특성을 긍정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광고 홍보 쪽이 좋을 것 같다. 호기심이 많은 자녀는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것이다. 직업을 바꾸는 것이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의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이다. 

고집이 강한 자녀는 원칙을 고수하는 특성이므로 의료나 교육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여리고 인정 많은 자녀는 봉사관련 직업에서 뛰어난 활동을 보일 것이다. 혼자 있기 좋아하고 사색적이고 말이 없는 자녀는 철학, 종교, 정신 분야에 흥미가 있을 수 있다.

보호자는 자녀가 가정에서 보여주는 일상생활의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고 진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변승기<전 교사,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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