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기후위기-지역소멸의 삼각관계

2024-07-11     신은미 칼럼·독자위원

장곡초등학교에 다니다가 올해 홍동중학교에 입학한 손아무개 양은 아침 6시 50분 ‘첫차’를 탄다. 등교시간에 맞추자면 그 버스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 차인 8시 50분 버스를 타면 지각이다. 등교 준비를 하고 아침밥까지 먹은 후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려면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이웃한 면 소재지에 중학교가 있으니 이 정도이지 홍성읍내나 내포신도시로 가야 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중학교가 없는 결성면, 구항면, 은하면도 장곡면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까지는 스쿨버스도 있고 면내이기 때문에 어찌어찌 다닐 수 있었지만, 중학교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면마다 중학교가 하나씩은 있어야 하지만, 이런 상황을 우려해 애초에 중학교가 없는 지역에는 들어와 살지 않게 되니 초등학교마저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다. 사람이 없으니 버스운행은 줄어들고 버스운행이 줄어드니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결국은 자가용 없이는 살기 어려운 곳이 된다. 첫차 타는 열네 살 중학생의 모습에서 기후위기와 지역소멸의 단면을 봤다고 하면 과장일까. 

충남도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전국 최초로 어린이·청소년 무상버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버스노선이 없거나 배차간격이 큰 면 단위 지역은 ‘교통비 무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버스를 탈 기회가 없는 셈이다. 지역소멸과 기후위기 대응으로 흔히 ‘대중교통 강화’를 이야기하지만 농촌의 현실을 세심히 살피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만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할 권리는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권이다. 그중에서도 통학하는 학생들의 이동권이 중요한 이유는 학교의 존폐, 인구 감소, 결국은 지역소멸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고령인구가 많은 홍성군은 ‘홍성군 대중교통 소외지역 마을택시 운행 및 이용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고 주민들의 호응이 좋으나,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문턱이 높다. 올해부터 친환경 전기 저상버스 7대가 도입되지만 내포신도시에서 운행된다. 정책이 많아 보이지만 대중교통의 사각지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홍성군과 같은 고민으로 전국 여러 지역에서 버스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버스공영제의 핵심은 ①누구나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로서의 이동권을 공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점 ②맞춤형 버스 노선과 배차를 통해 주민편의가 증진돼야 한다는 점 ③지역 실정에 맞는 통합적 대중교통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점 등일 것이다. 버스공영제가 전격적으로 실행되지 않더라도, 100억 원 가까운 세금이 운수회사에 보조금으로 투입되는 만큼 지역주민의 이동권 보장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주도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등하교시간을 고려해 배차하거나 버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교통수단을 지원해야 또 다른 기본권인 교육권도 보장되는 게 아닐까. 

옥천군은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농어촌학교 학생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옥천군 농어촌학교 학생 교통비 지원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관내 학생들에게 버스통학비는 물론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통학택시비의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통학택시비의 경우, △학습활동을 마치고 귀가 시 대중교통이 운행되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대중교통 운행 노선으로부터 도로상 거리가 1㎞ 이상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오전 7시 30분 이전에 대중교통을 탑승해야 정상등교가 가능한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등 지원조건을 합리적으로 명시해 공감이 됐다. 옥천군뿐만 아니라 강원 인제군과 전남 무안군 등 전국의 7개 이상의 지자체가 이와 유사한 조례를 가지고 있다. 

최근 홍성군은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주관한 ‘농어촌 삶의 질 지수 평가’에서 문화·공동체 부문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웃한 면 소재지로 통학하기 불편한 중학생의 현실도 ‘농어촌 삶의 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농촌지역의 대중교통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주민 편의를 넘어 결국 지역을 활성화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이 쉽고 자전거와 도보 이용이 편리하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 좋고 안전한 지역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불편함만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지역이 가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그렇게 기후위기와 지역소멸은 함께 간다. 기후위기를 계기로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상식적인 정책이 마련될 때, 작은 학교도 살리고 지역소멸도 막을 수 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