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년 4대째 가업 잇는 명문 술도가 ‘단양 대강양조장’

충청의 재발견, 100년 술도가 전통의 향기를 빚다 〈10〉

2024-10-12     취재·사진=한기원·김경미 기자

충북 단양 대강면 장림리 ‘대강양조장’ 소백산 기슭에 위치한 술도가 명가
영남과 충청을 이어주는 죽령, 산을 넘기 전 나그네가 쉬어 가는 주막거리
일제강점기 ‘소화(昭和) 원년 1926. 12. 25’ 제작 일시가 찍힌 옹기를 사용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소백산 생막걸리, 찾아가는 양조장 1호 지정 

 

충북 단양군은 옛 단양군에 영춘현이 병합된 곳이다. 단양읍·매포읍·대강면·적성면은 옛 단양군 지역에, 영춘면·가곡면·어상천면 일대는 옛 영춘현 지역에 해당한다.

옛 단양군은 신라의 적산현으로 757년(경덕왕 16)에 내제군 영현이 됐다. 삼국시대에 삼국이 각축을 벌였던 지역으로, 551년(진흥왕 12)에 백제와 신라의 공동작전으로 신라의 영토가 돼 진흥왕이 순시할 때 세운 적성비가 남아 있다고 한다. 940년 단산현으로 고치고, 1018년에는 원주, 뒤에 충주의 속현이 됐다가 1291년에 감무를 둠으로써 독립했다. 

1318년(충숙왕 5) 단양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군사로 승격됐으며, 조선 시대에도 단양군으로 있었다. 단양군과 영춘현은 1895년 지방제도 개편으로 충주부 관할로 됐다가 1896년 충청북도에 속했다. 1914년 군면 폐합으로 영춘군이 단양군에 통합됐다.  

단양팔경을 비롯한 수많은 명승지가 있으며, 석회암지대이기 때문에 도처에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돼 있다. 천연기념물 고수동굴(256호)과 온달동굴(261호), 수양개 구석기 유적 등 역사·문화·과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지형·지질이 즐비한 ‘자연사 박물관’으로 꼽힌다. 

2020년 7월 우리나라에서는 열세 번째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당시 단양에선 △도담삼봉(석회암 카르스트 지형) △다리안 부정합(선캄브리아기 화강 편마암과 캄브리아기 장산 규암층) △노동동굴(석회화 단구, 천연기념물) △고수동굴(고생대 조선누층군 석회암층, 천연기념물) △구담봉(중생대 백악기 흑운모 화강암) △만천하 경관(부정합, 하안단구) △삼태산(석회암 천연동굴, 카렌, 테라로사, 고생대 삼엽충 화석) △온달동굴(다양한 동굴 생성물 관찰, 천연기념물) △여천리 카르스트 지형(석회암 카르스트, 돌리네 지형) △두산활공장(사평리 역암, 하안단구) △사인암(중생대 백악기 흑운모) △선암계곡(화강암 절리, 석회암 지형) 12곳이 국가지질공원 명소로 지정됐다. 단양은 여기에 수양개 구석기시대 유적, 단양읍 화석산지, 죽령천 퇴적구조, 소백산, 매포 고생대 경계면 등 16곳을 세계지질공원 명소에 추가되기도 했다.
 

■ 106년 역사와 전통, 단양 ‘대강양조장’
예로부터 충청도 단양은 죽령(竹嶺) 고갯길을 통해서만 경상도와 소통이 이뤄졌다고 전해지는 지역이다. 죽령은 예로부터 문경의 새재, 영동의 추풍령과 함께 영남대로의 3대 관문으로 일컬어졌다. 영남 내륙의 여러 고을이 서울 왕래를 위해선 모두 이 길을 거쳐야 했고, 나라의 관리는 물론 온갖 보부상들도 등짐을 지고 이 고갯길을 수없이 넘나들었다고 전해진다. 

소백산 기슭의 충북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는 이 고갯길 어귀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이곳에는 수 많은 길손들이 높고 험준한 죽령을 넘기 전에 하룻밤 쉬면서 짚신을 고쳐 신고 말을 갈아타던 마방이 있었고, 객고(客苦)를 달래주던 주막거리가 번창했던 곳이다. 

어림잡아 2000년 이상 영남 내륙을 잇는 동맥 역할을 하던 길이었지만 이 길도 영원하진 못했다. 일제강점기 국도와 중앙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죽령 옛길을 이용하는 이들도 점차 줄어들었고, 성시를 이루던 주막들도 하나둘 문을 닫더니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흥했던 주막과 쉬어가던 나그네는 모두 사라졌지만 죽령 옛길의 술맛은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의 ‘대강양조장’은 소백산 기슭에 위치해 있는 술도가다. 2000년 전부터 영남과 충청을 이어주는 죽령이 있어 큰 산을 넘기 전 나그네가 쉬어 가는 주막거리가 번창했던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1918년 충주에서 ‘수안보양조장’이란 이름으로 창업한 ‘대강양조장’은 1956년 현재의 충북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로 이전하고 4대째 가업을 이으며 106년의 역사와 전통을 잇고 있는 명문 술도가로 꼽힌다.
 

충북 단양의 ‘대강양조장’의 시초는 1918년 충북 충주에서 고(故) 김영태 제1대 사장이 문을 연 ‘수안보양조장’에서 시작됐다. 이어 1958년 외손자인 조국환 제2대 대표가 교직을 마친 이후 가업을 이었고, 1969년 12월에는 단양군 대강면 장림리로 옮기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아들인 조재구 대표가 대기업을 그만두고 4대째 100년 가업을 잇고 있다. 아직도 90~100년 된 옹기 항아리 50여 개에 술을 담근다고 한다. 발효실에는 일제강점기인 ‘소화(쇼와;昭和) 원년 1926. 12. 25’이라는 제작 일시가 찍힌 옹기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대강(大崗)’이란 이름은 양조장이 자리하고 있는 지명(충북 대강면)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큰 언덕, 즉 단양을 둘러싼 부드러운 소백산 능선을 뜻한다는 설명이다.
 

대강양조장의 전통이 깃든 건 술만이 아니다. 양조장 한편에는 100년 역사를 담은 작은 갤러리가 꾸려져 있다. 갤러리는 ‘막걸리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쳇다리(술 거르는 체를 올려놓는 도구), 도봉(술항아리 안의 술을 휘저어 섞는 기구), 함퇴미(술밥을 술독에 넣을 때 사용하는 도구) 등 골동품 가게에서나 볼 법한 오래된 양조장 기물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일제강점기인 ‘소화(쇼와) 6년’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술병이 눈길을 잡는다. 

또한 1970~80년대에 유통된 포스터도 눈길을 끈다. 막걸리를 ‘건강식품’이라고 표현한 게 흥미롭다. 쇼와 연호가 새겨진 사기 술병이나 1980년대 초반에 잠깐 쓰이다 페트병 등장과 함께 사라진 갈색 유리 막걸리병 등은 민속문화재라 부를 만하다. 막걸리를 ‘영양음료’라고 표현하는 1970년대에 제작돼 영화관에서 상영된 ‘밀주 금지 캠페인’도 지금의 현실에서 보면 참으로 흥미롭다. 

이렇듯 갤러리에는 과거 술주정을 실험하는데 쓰이던 도구, 1970년대 제작된 밀주 방지 홍보 필름, 1980년대 생산된 막걸리용 유리병과 막걸리 홍보 포스터, 일제강점기 때 쓰던 금고 등 막걸리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옛 물건들이 가득하다. 대강양조장은 이 같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3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 1호’로 지정됐다. 또한 갤러리 옆 체험·교육관에서는 술 빚기, 술 짜기, 시음, 양조장 견학 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그 막걸리
대강양조장은 지난 1994년에는 단양지역 가양주인 ‘신선주’를 재현 개발했고,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검은콩 막걸리’ 제조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특히 ‘대강양조장’에서 생산한 ‘소백산생막걸리’는 지난 2005~2008년 4년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돼 국내외 귀빈에게 한국 전통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대강양조장의 대표 막걸리는 일명 ‘노무현 막걸리’로 불리는 6도짜리 ‘소백산 생막걸리’다. 외증조부 때부터 내려온 100년 세월의 술도가 비법이 담겨 있는 ‘소백산 생막걸리’는 소박함 그 자체라는 평가다. 요즘 고급화한 막걸리와 달리 쌀과 밀가루를 결합한 옛날식 막걸리로, 은은한 단맛이 나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평이다.

그래서인지 ‘소백산 생막걸리’는 마시는 순간 톡 쏘면서도 입안에 걸쭉하게 감기는, 전형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편안하게 즐기기 좋은 막걸리라고 한다. 양조에는 소백산 기슭의 죽령 아래 지하 180m 석회암의 깊은 암반층에서 나오는 천연 탄산수를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탄산기가 돌고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데, 이 지역에서는 옛날부터 ‘소백산 산삼이 썩어서 우러나오는 물이라고 했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강양조장은 주력 제품인 ‘소백산 생막걸리’를 비롯해 2006년 특허를 받은 6도의 ‘검은콩 막걸리’와 청와대에 납품한 7도의 ‘오곡진상주’, 단양지역 가양주를 재현한 16도의 ‘소백산 신선주’, 조재구 대표가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즙을 내 막걸리에 섞은 뒤 5일간 발효시켜 만드는 조 대표가 새로 개발한 막걸리는 6도짜리 ‘복분자 막걸리’와 ‘아로니아 막걸리’가 있으며, ‘강냉이 막걸리’ 등이 있다. 이밖에도 대강양조장은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검은콩 막걸리 제조 특허를 획득한 것을 비롯해 2006년 충북 관광상품공모전 대상, 2008년 제1회 전통주 주류 품평회에서 동상 등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서민들의 대표적인 술로 꼽히는 막걸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농민들과 함께 들판에서 함께 마시던 광경이 국민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오는 술이다. 자타공인 ‘촌놈’이라고 말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막걸리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난 2005년 봄, 농촌체험마을로 전국에 이름이 알려진 충북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마을을 방문했다가 식사 자리에서 ‘대강막걸리를 거푸 여섯 잔이나 마셨다’는 그 술이 바로 대강양조장에서 생산한 ‘소백산 생막걸리’였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대강양조장 막걸리 맛에 반해 정기적으로 청와대로 납품하게 했고, 만찬주로 자주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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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충청남도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