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청년들, ‘로컬 컨텐츠로 지역 소멸 위기에 맞서다’
지역소멸 대안, 청년·문화가 뜨는 로컬콘텐츠가 답이다 ⑤경북 문경시
지역 소멸의 위기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농촌 지역은 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로 인해 공동체 붕괴까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문경지역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 두 청년의 도전, 소멸위기에 맞서다
문경 청년정책의 핵심에는 두 청년이 있다. ㈜리플레이스(RE:PLACE)의 도원우 대표(32)와 가치살자협동조합 박현희 대표(32)가 바로 그들이다. 도 대표는 2017년 경북도가 주관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1호로, 박 대표는 행정안전부의 ‘2020 청년 지역정착 신규발굴 용역사업’에 선정된 ‘달빛탐사대’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문경시 산양면의 200년 된 고택을 리모델링해 한옥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화수헌’이 바로 도 대표가 주도해 1990년대생 청년 다섯 명이 함께 만든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1호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경북도에 정착해 사업을 하면 1인당 1000만 원의 생활비와 2000만 원의 사업비를 1년 간(연장하면 최대 2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이후 이들 다섯명이 한팀을 이뤄 ‘㈜리플레이스’를 창업, 경북도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사업의 첫 90년대생 사업자가 됐다. 도 대표가 이끌고 있는 리플레이스는 지방소멸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빈집이나 폐가 같은 유휴 공간을 재활용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공간기획 회사다.
‘꽃과 나무가 많은 집’이라는 뜻의 ‘화수헌’은 문경시 14개 읍면동 중 가장 작은 주민 4000여 명이 사는 산양면을 1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으로 바꿔놨다. 20년 동안 방치됐던 고택이 전 국민들의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문경오미자에이드, 문경오미자차, 떡와플과 가래떡구이, 문경 8곡 미숫가루 등 문경에서 나는 건강한 재료로 만든 메뉴를 판매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마을주민들과의 마찰을 없애기 위해 마을입구 하천에 전용주차장을 마련해둔 것이 눈길을 끈다.
리플레이스는 또 산양면의 옛 양조장인 산양합동양조장을 리모델링해 베이커리 카페이면서 여행 안내소이기도 한 ‘산양정행소’와 일제 강점기 적산 가옥인 금융조합사택을 개조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사진 스튜디오 겸 문화 공간인 ‘볕드는 산’도 함께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산세가 좋은 경북 영양에 한옥 F&B ‘연당림’을 조성했고, 전남에는 ‘광지주’라는 자회사를 차렸다.
도 대표는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며 문경에서 시작된 도전이 지역 재생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단순한 공간 재생을 넘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 개발과 온라인 판매를 통해 문경의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박현희 대표가 이끄는 가치살자 협동조합은 ‘가치 있게 같이 살자’는 뜻을 모아 2020년 만들어진 청년협의체로 외식업, 디자인·영상 및 문화콘텐츠 분야 등에 종사하는 지역 청년사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가치살자 협동조합의 주도로 2020년 시작된 ‘달빛탐사대’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지역 정착을 위해 청년 주도로 기획·운영하는 창업 및 커뮤니티 프로젝트이다.
문경 정착에 관심 있는 청년들의 커뮤니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숙소와 공유 오피스를 지원하고, 3년간 122명이 46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 참여 청년들이 문경에 정착하게끔 하는 결과를 낳았다. 2021년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2022년 경북도의 시·군 인구유입 정책 평가에서는 최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박 대표는 점촌 원도심 내에 위치한 청년 편집샵 ‘소장 가치’라는 이름의 로컬 백화점을 운영하면서, 지역 특산물과 문화를 결합한 새로운 경제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소장 가치’는 문경의 특산물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전통시장 인근에 있어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 대표는 “청년과 로컬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문경이 더 활기찬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창업 기반
마련부터 자립까지 각종 정책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로 중소도시가 위기를 겪는 가운데, 문경시는 청년 유입과 자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예비창업 지원사업 △경북청춘창업드림 △청년자립마을 활성화 지원사업 △청년행복뉴딜프로젝트 △경북청년 거버넌스 지원사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청년 예비창업 지원사업’은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만 18세에서 39세 이하의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교육, 컨설팅, 초기 시설 및 활동비를 지원하는 이 사업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9팀이 지원을 받았고, 현재 5팀이 창업 활동을 진행 중이다. 외부 청년 유입을 위한 ‘경북청춘창업드림’ 사업은 전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창업지원금과 정착 활동비를 지원한다. 현재 4팀이 문경에 정착해 창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자립마을 활성화 지원사업’은 청년들이 문경에서 체험과 창업 실험을 통해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돕는다. 문경청년협의체 가치살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청년공유하우스에서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행복뉴딜프로젝트’는 청년들이 팝업식당이나 갤러리를 운영하며 실질적인 창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창업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경북청년 거버넌스 지원사업’은 문경시, 상주시, 의성군이 협력해 청년들이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 ‘로컬워커의 이중생활(Local worker′s dual life)’이라는 주제로 100여 명의 청년들이 문경읍·가은읍·산양면 일원에서 오미자와 표고버섯을 수확하고 문경새재 주막 체험 등 문경다움을 경험했다. 2026년까지 진행될 이 사업은 청년들이 지역 소멸 문제에 대응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청년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 문경 청년정책 성과와 향후 계획
문경시의 청년정책은 단순히 청년 유입 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지역 내에서 자립하고,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둔다. 문경시 청년정책참여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의 정책 참여를 보장하고 있으며,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경시는 내년에 청년센터를 개소할 계획이다. 문경시 점촌1길 5(옛 극동호텔)에 위치한 문경시 청년센터는 총 4층 규모로 지어졌으며 지역 청년을 위한 취·창업 역량강화 교육을 제공하고, 청년들의 취미와 힐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청년센터는 공유 오피스도 제공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경시청 청년정책 담당 장현성 주무관은 “각종 청년 정책들을 통해 지역 소멸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경시는 청년들과 함께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 ㈜리플레이스 도원우 대표
지역소멸위기 극복, 지역에 답이 있다
경북 문경. 인구는 점점 줄고, 곳곳에 유휴 공간이 늘어가는 현실. 그러나 이곳에서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한 청년이 있다. 버려진 공간을 지역 재생의 자원으로 삼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리플레이스의 도원우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도 대표가 처음 문경에 발을 들인 것은 2017년. 경북도가 추진한 ‘도시 청년 시골 파견제’를 통해서다. 당시 20대였던 그는 지방 소멸 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며,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치된 유휴 공간들이었다. “버려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그의 도전은, 곧 지역 재생의 해답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문경의 한옥 카페 ‘화수원’을 들 수 있다. 화수원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문경의 특산물인 오미자를 활용한 음료, 오미자 에이드를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농가와 협력해 오미자청을 만들고, 관광객들에게 제공하며 지역 특산물을 알리고 있다.
도 대표는 “인구 소멸로 점차 없어지고 있는 지역자원들 중 아직 남아 있어야 할 것들이 많다”며 “그 가치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공간 재생이 아닌, 지역 특산물과 문화를 결합한 지속 가능한 모델이다. 이를 통해 그는 버려진 공간이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변모하고,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가 운영 중인 리플레이스의 성장은 단순히 공간재생과 활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미자 막걸리, 오미자차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지역 농가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지역 명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생산된 오미자 막걸리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사업의 성장 속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인력 확보였다. 지방에서의 인재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를 지방으로 데려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도 대표는 “문경으로 인재를 유치하려면 수도권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제시해야 하고, 그마저도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또 “지역에서 키워진 인재들이 대도시로 떠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이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고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대표의 다음 목표는 소멸 위기 지역에 남겨진 빈집을 재건축해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빈집을 활용한 공간 재생 프로젝트는 소멸 위기 지역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그는 이 프로젝트를 공공 및 민간 부문에 동시에 적용해 더 많은 지역이 이 모델을 도입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문경에서의 생활은 도 대표에게도, 그의 가족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부모님과 친척들까지도 문경으로 이주해 지역의 일원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사업 초기부터 많은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주민들의 열린 마음과 지원 덕분”이라고 지역 사회와의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도 대표는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 지역을 다시 일으킬 방법은 지역 자체에 답이 있다”며 “앞으로도 지방 소멸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계속 이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 가치살자협동조합 박현희 대표
로컬 콘텐츠로 문경의 변화를 꿈꾸다
경북 문경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문제를 겪고 있는 농촌 지역 중 하나다. 그러나 이곳에서 청년과 로컬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이가 있다. 바로 가치살자협동조합을 이끄는 박현희 대표다. 그는 버려진 공간을 재활용하고, 지역 특산물과 청년의 에너지를 결합해 문경의 경제적, 문화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박 대표가 주도하는 ‘소장 가치’는 문경에서 생산된 특산물과 기념품을 비롯해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로컬 백화점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80%는 지역 업체 제품으로, 오미자 음료나 사과잼처럼 문경 특산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상품을 빠르게 업데이트해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문경은 과거부터 구매력이 강한 지역으로, 지역민들이 다시 활발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가 쉽게 다가와 지역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이끄는 또 하나의 주목할 프로젝트는 ‘달빛 탐사대’다. 이 프로그램은 외부 청년들이 문경에 와서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2020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지역사회와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달빛 탐사대는 청년들에게 문경을 처음 체험하고 정착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을 넘어서 창업과 자립을 돕는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죠. 문경의 오미자나 표고버섯 같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청년들이 로컬 브랜드를 개발하고, 창업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박 대표는 단순히 청년들의 일시적인 체류를 넘어, 그들이 지역에 정착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40명 이상의 청년들이 문경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또한 구도심 내 빈 상가를 활용해 ‘심야식당’을 운영하고, 청년 숙소나 창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쇠퇴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야시장이나 주말 이벤트를 기획하고, 상인들과 협력해 청년들이 지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박 대표는 협동조합이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지원사업과 같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특히 초기 창업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문경의 미래를 청년들이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문경이 청년들이 살고 싶은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러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청년들이 문경에서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지역 경제와 연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청년과 로컬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문경이 활기찬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