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관광 결합한 콘텐츠로 1년 내내 붐비는 ‘가와바마을’

지역소멸 대안, 청년·문화가 뜨는 로컬콘텐츠가 답이다 ⑧일본 군마현 가와바무라

2024-11-16     <공동취재단>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출생, 인구감소 위기를 겪으며 지역소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런 상황에서 군마현(群馬県)에 위치한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가와바마을(川場村)’은 지역자원인 농업과 관광을 융합한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찾는 마을로 탈바꿈했다. 지금도 일본을 대표하는 균형발전 성공마을로 손꼽힌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회구조를 가진 일본의 사례가 던져주는 시사점에 대해 짚어봤다.

가와바마을은 도쿄에서 130㎞ 정도 떨어진 평범한 시골마을이다. 지난 1971년 인구 소멸지역으로 지정돼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투자했던 스키장 사업이 흔들리며 마을기업이 파산할 위기에까지 놓였다. 하지만 빼어난 자연경관과 농업이란 마을의 로컬콘텐츠를 활용해 인근 도시주민을 마을로 불러들이는 촌캉스(시골에서 즐기는 휴가)을 지속적으로 열어나가는 등 관계 인구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마을의 존폐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도 활발한 도농교류를 이어가며 3000여 명의 사는 마을이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찾는 유명 관광지로 변화했다.

지난 10월 12일 찾은 가와바마을은 쌀, 곤약, 사과, 딸기 등 농사를 많이 짓는 여전히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국도 옆에 위치한 휴게소 ‘덴엔(전원)플라자 가와바’는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마을기업인 전원플라자가 운영 중인 이곳은 약 6만㎡의 부지에 파머스마켓, 카페, 식당, 빵집, 체험장, 썰매장, 숙박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 가족, 연인, 애견인 등으로 북적였다.

파머스마켓에선 가와바에서 생산된 쌀·블루베리·사과·키위·버섯·고추 등을 비롯해 마을에서 개발한 요거트, 생치즈, 사과파이, 수제맥주 등 가공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주민들은 매일 아침 스스로 정한 가격표를 붙인 농산물을 납품하는 등 안정적인 판로를 갖추며 농가소득이 증가했다. 마을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이 중간 유통 없이 판매돼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인근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는다. 일부 제품은 오후 1시가 되기 전에 완판되기 일쑤다. 

고향사랑기부제와도 연계해 직판장 출입구에는 고향납세 자판기를 비치, 방문객들이 고향사랑기부금을 내면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돌려준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매장의 수익과 연계시키고 있다.

또한 지역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식당과 엄선된 현지 제품을 판매하는 선물 가게, 넓은 잔디밭, 치즈·요쿠르트·수제맥주 공장, 관광센터 등이 들어서 있어 온종일 휴식을 취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가와바마을은 도쿄에 온 관광객이 꼭 들린다는 닛코 관광지를 비롯해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과 산악지역 등으로 하이킹과 등산, 낚시, 캠핑 등 레저활동을 즐기러 온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지만 하루종일 먹고, 놀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보니 잠시 쉬었다 가는 휴게소가 아닌 여행의 목적지로도 찾고 있는 것이다. 
 

군마현 다카사키시에 거주 중인 에치코 다나카 씨도 휴일을 맞아 딸과 함께 1시간 정도 자동차를 운전하고 이곳을 찾았다. 에키코 다나카 씨는 “오늘은 가와바 특산물인 사과와 딸기를 사려 왔다”며 “야채와 과일이 신선하고 저렴해 좋고 자연풍경이 아름답고 음식도 맛있어 잠시 쉬었다 가고자 1년에 2~3번 정도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원플라자는 일본 전역의 길의 역(휴게소) 1450개 소 중 랭킹 1위로, 재방문율이 60% 이상에 10회 이상 방문객만도 28.1%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의 휴게소는 국도변의 마을 자체가 여행의 경유지가 되는 개념으로 이를 ‘미치노에키(道の驛·길의 역)’라고 부른다. 

가와바마을은 농촌과 도시 간 교류 활성화로 관계인구를 늘리며 마을과 주민들의 소득을 창출, 지역소멸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핵심사업의 하나가 이곳 전원플라자다. 
 

마을의 주산업인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전원플라자는 지난해 방문객만 260만 명에 이른다. 지역 농산물을 알리고 직접적인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다 지난 1992~1998년 31억 4100만 엔을 투입해 조성됐다. 정부에서 7억 1000만 엔, 군마현에서 2억 3500만 엔, 가와바마을에서 1억 8700만 엔 등을 투입했다.

한국에서 가와바마을 홍보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기확 가와바 코리아 대표는 “마을에 방문하는 도시민들의 소비와 주민 간 교류, 마을의 허브 역할을 위해 덴엔플라자 가와바를 설립하게 됐다”며 “주민들이 직접 판매하는 파머스마켓에선 직접 소득과 일자리 소득을 얻고 있으며 마을이 지분 60%를 가지고 있어 벌어들이는 매출 일부와 마을의 기타 재원을 더해 마을주민 복지를 위한 간접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의 900세대가 전원플라자에 농산물 등을 납품하며 전체 매출이 연간 270억 원에 달한다. 농산물 판매매장인 파머스마켓 매출만 연 90억 원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도 창출해 현재 48명의 정규직원과 130여 명의 계약직 등 180여 명이 전원플라자에서 근무 중이다.
 

 

자연 그리운 도시민에 ‘제2의 고향’ 돼줘
어릴 적 관계 맺기가 성인 돼 이주민으로

가와바마을 도농교류의 또 다른 핵심사업은 인구 85만 명이 사는 도쿄 세타가야구와의 제2의 고향 프로젝트다. 

가와바마을은 1965년 이후 인구가 4000명 이하로 감소하자 지난 1971년 인구소멸 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당시 촌장이 주변 마을과 통폐합에 대해 주민투표로 물었고 근소한 차이로 통폐합을 반대하는 주민이 많아 자주적 독립방향으로 행정정책을 만들게 됐다. 그 결과 1975년 처음으로 ‘농업+관광’이라는 행정정책을 발표해 지금까지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후 도쿄의 세타가야구의 제2의 고향 프로젝트에 참가해 관동 7개 도현과 52개 시읍면과 경쟁, 도농교류 마을로 선정돼 고향공사를 합작 설립해 시골과 도시 간 교류가 시작됐다. 도교의 23개 구 모두 제2의 고향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지금까지 유지되는 곳은 가와바마을이 유일하다고 한다.

가와바마을은 세타가야구 시민들이 과실나무를 임대해 관리하도록 하는 등 농업·농촌을 이해하고 관심 가질 수 있도록 교류를 시작했다. 또한 세타가야 내 61개 초등학교 5학년은 2박 3일 일정으로 가와바 농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정규교육에 넣어 의무화했다. 지금도 초등학교 체험학교 등으로 해마다 5만 6000여 명이 가와바마을을 찾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관심이 높은 촌캉스로 도시민과 관계 맺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와바마을은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이주 온 주민들의 스토리를 공개, 귀농·귀촌하고자 하는 도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또한 이주민을 위한 상담창구, 마을에서 판매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부동산에 대한 정보 등도 제공하고 있다.
 

윤기확 대표는 “도시 학생들이 교류를 통해 가와바를 경험하고 농촌의 추억을 잘 유지하고 있다”며 “성인이 돼 가와바 마을로 이주한 세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오타 류노스케 씨는 도쿄 세타가야구 출생으로 초등학생 때 방문했던 가와바마을에서의 경험으로 지난 2016년 가족들과 이사와 현재까지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오타 류노스케 씨는 “세타가야구와 가와바마을이 협약을 맺고 있어 어릴 적 자주 카와바마을에 놀러왔다”며 “그때 멋진 과일 농가를 만나 동경하게 돼 농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와바마을을 방문해 과일 농가를 도운 후 도쿄 농업대학에 진학했고 졸업 후 사회경험이 필요하다는 조언에 현내의 슈퍼에 취직, 3년 정도 일한 후 가와바마을의 밭을 빌릴 수 있어 사과농사를 시작하며 이사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와바마을도 저출산, 도시 이주 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지난 9월 말 기준 인구가 3000명까지 줄어 3000명 선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10년 전인 2014년 3464명보다 13.4% 줄었다.

이 때문에 관계 인구뿐만 아니라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 마을기업의 수입은 미래 인프라를 위해 재투자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주여건을 개선해 줌으로써 마을을 떠나는 사람을 붙잡고, 새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등 일자리와 소득을 연계하는데 힘쓰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민 자녀의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른 지역은 정부가 일부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부모가 부담하지만 가와바는 마을에서 전액 지급하는 것이다. 지원 대상은 당초 중학생까지였지만 지난해부터 고등학생까지 확대했다. 초·중학생을 위해 100% 무료급식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자녀가 있는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와 집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1년에 최대 200만 엔을 지원하는 정책도 시작했다. 가와바마을로 이주해 현내의 기업에 취직한 사람에겐 이민 지원금도 준다.

도야마 미사키 씨도 가와바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 도쿄로 이사 간 후 요코하마병원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남편이 전직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21년 가와바마을로 귀향했다. 남편은 가와바무라사무소에 채용됐다. 

도야마 미사키 씨는 “가와바마을에는 ‘가와바의 아이들의 가와바의 보물’이라는 슬로건이 있어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가 힘을 합쳐 아이들을 돌보고 키우는 환경도 갖추고 있다”며 “아들이 어떻게 성장해 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와바마을은 마을로 들어오고 싶다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어 지난해부터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빈집 66채를 찾아냈으며 집주인으로부터 매매나 임대 의사를 확인하고 이주 희망자와 연결시켜주고 있고, 지난해부터 고향납세 모금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250만 명에 이르는 관계인구가 고향납세를 확장하는 데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기확 대표는 “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한 국가적 정책과는 별도로, 가와바마을은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과 글로벌 관계 인구 형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정주인구, 관계인구, 청년들이 가와바마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와바마을 사례가 모든 농촌마을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농촌마을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지역별 로컬콘텐츠 발굴·개발과 도농교류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시 되고 있다.<끝>
 

지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