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의 쓸쓸한 죽음, "가족이 돌보는 시대 지났다"
지난해 홍성군 독거노인 변사 사건 13건
2013-01-31 최선경 기자
지난해 4월 광천읍 옹암리 자신의 집에서 정모 씨(65·남)가 횡사한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발견됐다. 이웃과 교류 없이 홀로 살던 정 씨는 평소 몸이 안 좋았고 이렇다 할 대인관계도 없이 홀로 술을 즐기며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모 씨의 주검은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정모 씨가 머물던 주택은 거의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생활환경이 열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를 위해 경찰서를 찾은 지난 30일 오전에도 홍동면 가정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독거노인 변사 사건이 접수됐다.
이처럼 홍성군에서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다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 사망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홍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홍성군에서 발생한 독거노인 변사 사건은 1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망한지 열흘이 넘어서 시신이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도시에 비해 이웃과 교류가 활발한 농촌임에도 불구하고 독거노인 변사사건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주변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사망 이틀 후에나 발견…이야기 나눌 지인· 돌봐줄 가족 없는 게 현실
홍성군은 지난해부터 홀로 사는 노인 1500명을 대상으로 '독거노인 응급안전 돌보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응급안전 돌보미 서비스란 온라인 IT기술과 오프라인의 독거노인 돌보미, 소방서(U-119시스템)와 연계해 365일 홀로 사는 노인의 안전 확인 및 응급상황 발생 시 구조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선정된 가구에는 가스 누출 및 화재 감시 센서와 게이트웨이 동작 감시 센서 등이 설치되며 응급상황 시 자동으로 대상자 이력 정보와 함께 응급 신고가 송출된다. 이외에도 활동량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상 징후 발견 시에는 노인 돌보미들이 가구를 직접 방문해 이상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망한 김모 씨의 경우 응급안전 돌보미 서비스를 받고 있는 수혜자였음에도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발견돼 허탈감을 안겨 주고 있다. 주말에 담당자들이 근무를 하지 않아 벌어지는 김모 씨의 경우와 같은 상황에 대한 보완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지난해 홍성군내 독거노인 수는 2750여명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 가운데 1500여명이 이러한 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란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군의 위탁을 받아 홍성군노인복지관에서 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상담요원 2명과 기술요원 1명이 홍성군내 1500여 독거노인 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낙뢰 피해로 센서가 고장나 기술자 1명이 하루에도 10여 곳을 방문해 수리를 해야 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 정책적 뒷받침·지역사회 관심 필요
'홀로 죽음'을 당한 노인들의 장례를 치러온 청로회 이철이 회장은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을 때는 서로 왕래를 하고 지내 가족이 없어도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며 "지난 10여년 간 27명의 독거노인들 장례를 치렀다. 개인주의 사회가 만연하면서 이제는 이웃의 누가 살고 죽었는지조차 모르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노인들을 가족이 돌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역사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서 관계자는 "독거노인 대부분은 소외계층에 속한다"며 "맞춤형 노인돌봄서비스 등 사회적 보호 장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독거노인들의 고독사를 줄이려면 이런 '밑에서부터의 노력'뿐 아니라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군 관계자는 "홍성군에도 주민등록 상 독거노인이 4300여 가구가 넘는다. 독거노인들을 잘 돌볼 수 있는 노인돌봄 서비스 등을 활성화해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그런 부분에 한계가 있고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개선을 위해 군차원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무연고 독거노인 장례의례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독거노인 돌봄기본 서비스 대상 독거노인 중 23.5%가 '생존자녀가 없음'으로 나타나 사망 후 장례처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한평생을 살다가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독거노인의 임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최소한의 국가적 지원을 시도한 셈이다. 독거노인이 사망한 후 수개월 뒤 발견되는 사례가 있고, 7남매를 둔 독거노인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일은 우리 모두를 씁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