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빠르게 변하는 홍성

2013-01-31     마이클부조 소망번역 대표
저는 최근에 맡은 프로젝트를 위한 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으로 열흘 정도 한국에 다녀왔는데요. 지난번 한국을 방문한지 3년이 지나 찾아온 기회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고, 저의 제2의 고향인 홍성을 방문하기를 고대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홍성지역에 여전히 살고 있는 옛 친구들과 학생들을 만나보고 제가 풀무학교에 살면서 자주 다니던 홍성과 홍동의 익숙했던 풍경들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부풀어 있었습니다. 아, 그러나… 제가 받은 놀람과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첫 번째 놀라움은 홍성행 기차표를 사기 위해 서울역에 갔을 때였습니다. 저는 풀무에 살면서 연세대학원에 다녔는데, 당시에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통학을 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홍성행 기차는 더 이상 서울역에서 출발하지 않고 용산역에서 출발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답니다. 제가 받은 약간의 놀라움은 2시간여의 기차 여행을 하면서 창밖을 스치는 경기도와 충남지역의 친숙한 도시 및 전원 풍경을 보면서 다소 진정됐습니다. 드디어 집에 가고 있으며 곧 친숙한 이들과 반가운 순간을 나누리라는 마음으로 들떠 있었답니다. 기차에서 내려 철로를 건너갈 준비를 했지요. 정작 내려 보니, 철로를 건너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대신에 모두들, 작은 소도시의 기차역보다는 대도시의 지하철역에 어울릴법한 초현대적으로 보이는 지하도를 향해 내려갔습니다. 기대치 않았던 변화에 순간 불안해졌지만 이내 저와 아내의 좋은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그 불안함은 이내 사라졌습니다.

기차역을 나서자, 평생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그다지 많이 맞닥뜨리지 않았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외감을 체험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이곳이 제가 10여년 간 살았던 도시임을 알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새로 지어진 기차역 앞에는, 제가 살면서 기억하고 있던 것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역 앞으로 거대한 롯데마트가 들어서 있었는데, 저희가 예전에 주로 쇼핑을 다녔던 코렉스마트 50개는 족히 들어갈 듯해 보였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방향 감각이 좋은 편인데도, 홍동을 향해 가면서 지나는 거리와 길들을 도무지 모르겠더군요. 제가 어디에 왔는지 알아보게 해 주는 이정표라곤 풀무학교 뿐이었으니까요.

저는 곧 풀무학교와 홍동지역 조차도 홍성 전체에 들이친 개발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밝맑도서관과 교내 인테리어는 지난 3년 동안에 홍성에 불어 닥친 변화들 중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모든 변화들을 목도하였다고 생각한 저는 점심식사 시간이 돼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예전에 자주 다니곤 했던 '홍동한우'를 가자고 했는데, 그 홍동한우도 없어졌다더군요. 이상한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은 홍주초등학교 근처에 있었던 저희 집 근처에서 홍성 시내까지 걸을 때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그 때는 길목을 따라 많은 상점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는데, 이제 그곳에는 제가 알았던 상점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신 놀랍도록 많은 영어 학원들과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음식점들로 새롭게 단장되어 있었습니다.

저의 놀라움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법원으로 가는 길에 더욱 더 커졌습니다. 홍성시내를 따라 스치는 풍경은 제가 살던 때의 것이 아니었어요. 제가 알고 있는 랜드마크를 찾아 두리번거렸는데, 홍성온천, 현대·대우 아파트를 보고 내가 아직 홍성에 있음을 실감하였고, 그 외는 모두 제게는 새로운 볼거리였습니다. 택시 기사님께 홍성이 참 많이 변해서 알아보지 못했다고 하자, 웃으시면서 용봉산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발과 비교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저는 주말 동안에 받은 개발 쇼크로만도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짧은 일정 후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항상 그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김좌진장군 동상을 보자 심장이 뛸 정도로 매우 기뻤습니다. 저에게 있어, 김좌진장군 동상은 홍성의 상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김좌진장군 동상을 보면서 홍성을 포장하는 커버는 변했지만 홍성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다고 느꼈습니다. 정신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홍성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은 도시이므로 저는 항상 제 고향이라 할 수 있어 좋습니다. 3월쯤에는 저와 제 가족 모두 다시 홍성을 방문할 것입니다. 그 때쯤이면 제가 받은 개발 쇼크는 진정될 것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홍성을 제대로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그 때 여러분을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