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 남고 싶다"
시국선언 해임 후 학교로 돌아온 윤갑상 교사
2013-03-04 서용덕 기자
1982년 부푼 꿈을 안고 교단에 섰던 청년 음악교사는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싸우다 2번의 해직을 겪고 이제 초로의 나이에 다시 교단에 돌아왔다. 윤갑상(59) 교사는 지난 2009년 11월 민주주의 회복과 학교 운영 민주화를 위한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임통보를 받았다. 3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끈질긴 복직 노력 끝에 그는 법원으로부터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냈고 그리운 교단에 돌아 올 수 있었다.
윤 교사의 해직 복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89년 전교조 창립과 함께 1500여명의 교사들이 대량으로 해직되던 당시에도 해임돼 학교로 돌아오기 위해 기나긴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5일 복직통보를 받고 13일부터 홍성여고에 출근하는 윤 교사는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학교도 많이 바뀌어 낯설지만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반갑고 모두가 예쁘게 보인다"고 학교에 돌아온 소감을 말했다.
그러나 윤 교사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교육환경이 그리 나아지지 않았음에 "학교에 돌아오니 들뜨고 벅차는 마음도 있지만 교육 현실을 보면 정책적인 뒷받침이 부족하고 학생과 교사 모두 힘들어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윤 교사는 "갈수록 개인과 개인의 경쟁이 심화되고 지식만 강조하다 보니 감성이나 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음악교사이기에 학생들의 감성이 메말라가는 것에 더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에게 생활 속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소양을 길러주고 싶어서 윤 교사는 학교에 악기를 두고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원하는 학생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기도 했다. "악기가 익숙해지려면 매일 연습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매일 연습하기 어려워 곧 흥미를 잃어갔다"며 아쉬워했다. 윤 교사는 트럼본을 전공했는데 "학생들도 그렇지만 스스로도 바쁘다는 핑계로 트럼본을 연주한지 오래돼 지금은 제대로 소리를 못 낸다"고 쑥스러워 했다. "앞으로는 악기도 다시 연주하고 학생들에게도 끝까지 악기를 가르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 3년여만에 학교에 복귀했지만 윤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만나고 있지 못하다. "학교에는 돌아왔지만 아직 수업을 배정 받지 않았는데 3월 새학기가 시작하면 학생들과 수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학생들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교조충남지부장을 맡으며 경쟁과 차별을 극복하고 학생과 교사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많은 활동을 벌여왔던 윤 교사는 평조합원으로 돌아왔다. 직책을 맡지 않아도 조합원으로써 열심히 활동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제 교사로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이 4년 정도 남았다는 윤 교사는 "스스로에게 되물어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 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