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고 있는 '빈 방'을 깨우자
지난 5월 여수세계박람회가 막을 올리자 전남 여수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렇지만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숙박대란'이 벌어졌다. 바가지요금도 기승을 부렸다. 인터넷사이트 비앤비히어로는 여수시의 부족한 숙박사정을 파악하고 현지 주민들에게 빈방을 관광객과 공유하라고 제안함으로써 부족한 숙박의 대안을 제시했다. 주민들의 남는 방을 관광객에게 빌려주면 주민들은 돈을 벌 수 있고 관광객은 저렴하게 숙박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집주인은 빈방이나 집 사진을 찍어 '비앤비히어로' 사이트에 올리고, 숙박을 원하는 사람은 간단한 개인 정보와 여행 목적 등을 밝힌 후 집주인의 '간택'을 기다리면 된다. 대개 1박에 4만~5만원 수준. 비앤비히어로는 집주인에게서 5%, 숙박객에게서 10%의 수수료를 받았다. 미국의 빈방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를 착안해 설립된 한국판 에어비앤비, '비앤비히어로'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서울, 경기도 등을 중심으로 1000여개의 방이 등록됐다. 사이트를 이용하는 대부분은 아직까지 배낭여행객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국내 여행자들에게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
최근 전 세계를 관통하는 소비패턴 중 하나는 '공유경제' 개념이다. 개개인이나 단체가 각자 보유한 물건이나 공간부터 경험, 시간, 재능까지 모든 것을 나눠 쓰는 것이 공유경제의 기본이다. 서울시도 이렇게 함께 나누고 협력해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유경제를 활용해 서울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해 9월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했다. 주차장, 자동차, 책, 공구, 의료장비 등을 공유경제의 대표 아이템으로 소개한 서울시는 특히 빈방을 공유하는 '도시민박 활성화' 사업을 통해 서울의 관광호텔 객실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집을 소유한 은퇴자의 소득원 창출까지 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부족한 숙박업소는 문화·관광의 도시를 표방하는 홍성군이 해결해야할 해묵은 골칫거리이다. 무엇보다 오는 6월 개최예정인 도민체전이 약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군이 객실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빈방 공유'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안하고 싶다. 홍성군이 추산한 정보에 따르면 4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도민체전 기간 동안 필요한 본부단·선수단을 위한 객실은 약 1500여개. 그러나 관내 숙박업소의 잉여 객실을 모두 도민체전 숙박객실로 활용한다 하더라도 숙박업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400여개 객실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빈방 공유의 장점은 무엇보다 남는 방을 활용한 대가가 주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이다. 집 주인은 비어있는 방을 활용하며 부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방문객은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숙박이 가능한 것은 물론 홍성민박을 통해 지역의 향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역민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회자되는 '당일여행'으로써 만의 홍성이 아닌, 최소 1박2일 머물다 갈 수 있는 새로운 '꺼리'가 생기는 셈이다. '빈방 공유'는 또 하나의 관광상품으로도 연계가 가능하다. 일례로 철도청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전국을 여행하는 '내일러'들에게 숙박할 곳으로 '공유 경제'로서의 '홍성군 빈방 공유'를 소개해 보자. 호기심에 가득 찬 젊은 여행객들에게 단기 홈스테이와 같은 '지역 빈방 공유'는 즐거운 체험거리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홍성군의 숙박업 사정이 넉넉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현재 관내 부족한 숙박업 현황을 고려할 때 관광상품과 연계된 '빈방 공유'는 기존 숙박의 또 다른 대안이자 지역홍보마케팅의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앤비히어로 같은 중계사이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사이트를 개설해 지역 주민들이 참여케 하는 방법을 구상해도 좋다. 잠자고 있는 빈방을 깨우자. '공유경제'라는 다소 낯선 단어는 차치하더라도 방을 제공하는 사람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모두에게 득이 되는 새로운 신뢰의 경험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