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섬기며 봉사하는 이장 되고파"

광천읍 노동마을 한용규 이장

2013-03-18     최선경 기자

 


홍성군 최연소 이장인 광천읍 노동마을 한용규(36) 이장은 미혼에다가 소위 말하는 훈남이기까지 했다. 32가구의 작은 농촌마을의 이장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첫인상에 사뭇 당황스러웠다. 한 이장의 아버지 한병구 씨는 30여 년간 마을 이장을 맡아왔다. 지난해 가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한용규 이장은 마을 주민들의 권유로 공석이 된 이장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아버지께서는 동네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모시고 주위에 소외된 이웃을 위해 발로 뛰는 존경받는 이장이 되라고 하셨다. 병상에서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기에 게으름 피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다. 앞으로도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실천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이장이란 주민들에게 솔선수범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아닌가 한다"

평소 이장 업무로 분주했던 아버지를 도와 잔심부름을 도맡아하면서 마을의 이장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막연히 알았지만 실제로 직접 이장 업무를 보면서 사실 한 이장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한다. 개인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온갖 회의나 도장 받는 일 따위의 자질구레한 마을 일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게 제일 힘들다는 게 한 이장의 솔직한 고민이다.

한 이장은 홍성읍 매일시장 입구에서 '찰떡궁합'이라는 떡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가게를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LG전자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나,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과감히 직장을 접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세간에 화제가 됐던 '총각네 야채가게'와 서울에서 장사가 잘 된다는 피자집, 냉면집, 고깃집 등 소문난 가게는 전부 다니며 닥치는 대로 장사를 배웠다. 그 결과 기능성 찰떡을 개발해 세련된 포장으로 손님들에게 내놓으면 다른 떡가게와는 차별화 될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 고향에 돌아와 문을 열었다. 한 이장의 땀과 열정이 열매를 맺은 탓인지 예상대로 입소문을 타면서 장사는 잘 됐다. 월급쟁이 2~3배의 수익을 얻는다는 게 한 이장의 말이다.

"다른 마을들은 마을개발이다, 소득사업이다, 마을주민 자체 역량으로 전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업들을 발굴하고 있는데 우리 마을은 아무 것도 없다. 마을의 장기발전을 위해 소득이 창출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낼 생각이다. 다만 우리 마을은 토지이용에 제한이 많아 건축행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다소 해결된다면 한과 등 고령의 마을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소득사업을 구상할 계획이다" 이제는 마을이 변하고 주민들도 새로운 농촌의 생활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이장은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주민들 스스로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젊은 이장이랍시고 책임을 지는 데 어려움도 있고, 오해받을 수도 있고, 불편한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조그만 일이나 사소한 일에 반감을 가진다면 그 마을은 화합하는 마을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어느 마을이든 이장은 겸손하며 주민들을 섬기고 돌보며,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남은 임기 동안 맡은 역할을 다하고, 책임 있는 이장이 되도록 성실히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