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공로연수제'… 존폐 논의 불붙나
1자리에 2명 월급, '예산 낭비' 도마에
군, "인사상 장단점 있어 논의 어렵다"
올해 초 홍성군에서는 공무원 2명이 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떠났다. 이들은 6개월간 출근하지 않고 쉬면서 급여의 70% 가량을 받는다. 홍성군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총 15명(2010년 2명, 2011년 3명, 2012년 8명, 2013년 현재 2명)의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에 대해 공로연수 발령을 냈다. 이 제도는 홍성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시행하고 있다.
공로연수제는 1993년 당시 행정자치부 예규로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정년퇴직일을 기준으로 사무관(5급) 이상은 1년, 사무관 이하는 6개월 전에 본인 희망에 따라 공로연수를 하는 제도이다. 각 지자체는 연수 기간 중 현업 근무수당을 제외한 급여를 당사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연수제도는 20여년 전부터 공무원 사회의 인사적체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각 지자체에서 도입하면서, 언제부턴가 공직관행으로 굳어졌다. 특히 공로연수에 들어간 공무원의 자리에 다른 공무원이 승진함으로써 한 자리에 2명의 급여가 지급되며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감사원 역시 예산낭비적 요소가 있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행정안전부도 지자체에 운영 개선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편, 구미시가 올해 1월부터 직원들의 공로연수 의무를 폐지하고 읍·면·동에서 시험을 치러 시청으로 전입하는 제도를 없애는 등의 인사쇄신책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공무원 공로연수' 존폐논란이 공직사회 안팎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인사쇄신안을 발표하며 "공로연수 기간에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 '무노동 유임금'의 부정적 여론과 공무원 조기 퇴직으로 제도가 악용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로연수를 폐지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시의 발표에 시민사회 단체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구미경실련은 "국민들은 공무원의 공로연수제도를 실망스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며, "20년 이상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유지돼온 공무원의 공로연수제도가 이번 구미시의 결단을 계기로 각 지자체에서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공무원들도 찬성·반대 엇갈려
공무원 사회에서도 '공로연수제도 존속'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구미시의 경우 인사쇄신안이 발표되자마자 구미시의회와 구미시청 공무원 직장협의회(이하 직협)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로연수제가 폐지될 경우 인사 적체의 새로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공로연수제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미시의 방침에 영향을 받은 전국 지자체들이 '공로연수제 존속 여부'와 관련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등 시민사회의 따가운 눈살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안성시의 경우 지난 2월 말 시 공무원 10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찬성 94%, 반대 6%'로 집계돼 절대적으로 '공로연수 존속'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로연수와 명예퇴직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62%가 공로연수를, 나머지 37%가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반면 영주시 공무원들은 공로연수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직협이 지난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로연수 찬반 의견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반대했다. 직협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로연수를 상위직에만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예산낭비는 물론 총액 인건비제에 따라 직원 충원도 할 수 없어 업무 공백만 늘고 있다"는 것이 반대사유였다.
홍성군의 '공무원 공로연수 존속 여부'와 관련된 동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공로연수 존속 여부'와 관련해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성YMCA 김오열 사무총장은 "행정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공무원에 대한 응당한 보상으로 공로연수가 행해지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정년을 앞둔 상황에서 관행적으로 공로연수가 이뤄진다면 일반 시민들 입장으로썬 납득하기가 어려운 게 당연하다"며, "또, 예산낭비, 인사남용이라는 비난을 벗기 위해선 공로연수의 순기능을 강화시키고 남용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홍성군 관계자는 "공로연수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인사상 장단점, 기존 공로연수자와 이후 대기자들에 대한 형평성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무 자르듯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는 한편, "3~40년간 공직생활로 헌신한 공무원들이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한데, 공로연수가 그런 방면으로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