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K-POP고등학교, 4년간 이어진 성폭력 ‘충격’

밝혀진 피해자만 4명… 허술한 보호 조치 ‘보완 시급’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심각, 피해자들 고통만 가중

2025-01-02     김영정 기자
사진은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부직본부 충남지부(지부장 민지현)는 지난 19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한국K-POP고, 학교법인 천수학원, 성폭력 피해자 2차 가해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남지부가 이날 배포한 회견문에 따르면 가해자(해당 학교의 행정실장)는 피해자(4명)의 관리자로 업무상 위력을 통해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희롱과 성추행을 지속했다.

지난 6월 피해자들이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고, 가해자는 경찰 조사를 거쳐 현재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또한 지난 7월 23일 충남도교육청 성고충심의위원회에서는 이 사건을 성희롱으로 판단해 20시간의 재발 방지 교육 이수를 명했고, 충남도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 10월 15일 가해자의 행위는 성희롱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가해자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한국K-POP고등학교의 재단 ‘학교법인 천수학원’은 지난 10월 30일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11월 8일 해당사건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사립학교법 제72조의4(청렴의무)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정의)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의 규정 위반으로 가해자에게 직무 정지 1개월을 의결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위의 정직 1개월 처분이, 피해자들이 4년 넘게 이어진 성폭력으로 받아온 고통에 비하면 너무 가볍고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학교법인 천수학원에서 구성한 징계위원회의 구성 위원 중 한 명은 가해자와 친분관계가 있다는 것이 교직원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이고, 또 다른 위원은 가해자가 추천해 징계위에 위촉되는 등 위원 5명 중 최소 3인 이상이 해당 사안에 대한 제척, 기피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재단의 이번 징계위원회 소집과 의결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절차가 아닌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로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했다. 

<홍주신문> 취재결과 가해자는 징계위 의결에 따른 직무 정지 기간인 지난달 10일부터 11일까지 충남도교육청이 개최한 ‘사립학교 행정실장 배움자리 연수’에 한국K-POP고등학교 행정실장 자격으로 일부 과정에 참여한 것이 확인돼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보여주기식 징계위원회라는 의견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62조(교원징계위원회 설치 및 구성 등) 4조에 따르면 △징계위원은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가 설치·경영하는 학교에 소속된 사람이 아닌 외부인원을 2명 이상 포함할 것 △특정 성(性)이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수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아니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어 지난달 24일 이를 확인하고자 학교법인 측 담당자에게 징계위원 명단과 해당 징계위원회의 회의록 열람을 요청했으나 “징계위원은 사립학교법을 기준으로 구성했다”며 “명단이나 회의록의 공개 여부는 내가 결정권자가 아니고 (결정권자인 행정실장을 대신해) 해당 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 판단하기 어렵고 정보가 필요하면 정보공개청구를 해야할 것”이라는 답변만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징계위원회 이후에도 △‘피해자가 전 직장에서도 남자 하나 건드려서 쩐(돈) 챙겨갔다’라는 가해자의 허위사실 유포 △학교 운영위원까지 동원한 ‘합의하면 피해자 자녀의 장학금을 주겠다’는 회유 △가해자가 피해자들이 전해 들을 만큼 ‘(직무 정지 후) 복귀하면 피해자들을 가만두지 않겠다’, ‘복수하겠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녀 “학교와 경찰, 교육청에까지 신고를 했음에도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이 의지해야 할 학교 성고충위원회 위원까지도 피해자들 앞에서 ‘함부로 말하면 안되지 신고당해’, 피해자들이 근무하는 장소를 두고 ‘함부로 들어가면 안되지, 징역가’라고 조롱하는 등의 2차 가해까지 이어지고 있어 현재 신경정신과 치료를 1년 넘게 받고 있지만 학교나 재단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달부터 가해자는 1개월의 직무 정지가 풀려 피해자들의 관리자인 해당 학교 행정실장으로 복직 예정이다. 취재 당시(지난달 30일)까지 학교나 재단 측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어 피해자는 당분간 가해자와 또다시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조사기간 동안 피해근로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해 근무장소 변경 등 분리조치와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이와 같은 상황의 대책에 대한 질문에 “이게 사립학교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공립학교의 경우 다른 학교로의 전출을 통해 (피해자와) 분리하면 되는데 가해자로 지칭된 사람은 규정에 따른 징계를 다 받았기 때문에 (근무지를 분리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 성고충심의위원회 운영 담당자는 “우리는 (해당 사안이) 성희롱 여부에 대한 판단과 학교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 요구, 재발 방지 대책 준수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며 “가해자는 1월부터 학교에 나온다고 알고있으며 피해자들이 지속적인 가해자의 언어적 폭력이나 (주변으로부터) 2차 가해에 대한 이야기는 신문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월부터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2차 가해가 지속된다면 동선 분리라든지 이런 것들을 학교에서 강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학교의 권한이기 때문에 우리가 분리를 해라, 사무실을 옮겨라 마라 할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중 한 명은 호소문에서 “평소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보람을 가지고 근무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학교나 재단을 위해 일해야 할 뿐, 정작 어려움에 닥쳐서는 동료 직원들뿐 아니라 도교육청에서도 아무런 도움을 기대할 수 없고 사립학교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 같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건에 관여했던 (도교육청)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감사관실 감사관은 항상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공립이라면 벌써 직위해제를 시키고, 징계를 내렸지만 사립이라 우리는 오직 권고만 할 수 있을 뿐, 강제할 수 없다, 사립의 인사권은 우리에게 없다’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중략)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느 기관에서도 피해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피해자와 피의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누가 권력을 가진 자이며 누가 약자인가로 나누어졌을 뿐입니다. 청렴 충남교육은 말뿐인 것인지, 권력을 가진 자가 청렴한 자가 되는 것인지, 지금 이 시간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해져 갈 뿐입니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