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향한 혁명의 시
하청 플랜트 노동자 출신 조성웅 시인의 시집 〈물으면서 전진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향한 혁명의 시를 부단히 써온 현대중공업 조선소 사내 하청 플랜트 배관공 노동자 출신 조성웅 시인이 2006년 출판사 ‘갈무리’에서 시집 <물으면서 전진한다>를 ‘마이노리티시선’ 24번째로 펴냈다.
시인은, 시인이 시집 서문에 “유서 한 장 그럴듯하게 써 놓지 않으면 열사 칭호도 받지 못하는 타락한 노동운동, 현장 조합원들의 머리를 밟고 허공에 떠 있는 노동조합 집행 권력과 자본가 계급과의 협력 관계, 노동조합 관료제의 법적 제도적 공고화, 이제 노동조합은 혁명의 지렛대가 아니라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더 이상 민주노조는 없다.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라고 선언했듯, 노동조합에조차 기댈 수 없는 노동자들의 실정과 그 극복을 위한 연대를 시집에 생생하게 담았다.
“우리 하청노동자들/우리 하청노동자들, 노조 만들 때 함께 나서서 싸웠고/우리 하청노동자들, 위장 폐업, 물량 철수, 전원 블랙리스트 공포를 체험했고/우리 하청노동자들, 노조 만들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입했고/우리 하청노동자들, 한참을 망설이다가 소주 한 잔에 용기를 내 가입했고/우리 하청노동자들, 노조사무실 근처에서 몇 번씩 망설였지만 사무실 문 열기가 어렵고/우리 하청노동자들, 마음은 굴뚝같지만 처자식들 눈앞에서 어른거리고/우리 하청노동자들, 이제 한번 붙어보자 일어서고 싶고/출퇴근 투쟁 때마다,/우리 하청노동자들 볼 때마다 설렌다/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대로/정말 죽을 둥 살 둥 일만 해온 서러운 하청 세월/왜 이렇게 닮아있는지/척 보면 하청인지 서로가 안다/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해 서러움을 나눠가졌고/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해 비굴함조차 나눠가졌고/다시 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해 정말 죽을 것 같은/고통을 견뎌내는 강인함까지 나눠가졌다//우리가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안다고/사람이 기를 펴고 사는 것이 돈 몇 푼 더 받는 것보다 중요하다고/내 밥그릇 내가 지키겠다고/다시 일어서는 우리 하청노동자들”(시 ‘하청노동자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다’ 전문)
시집에 대해 문학평론가 정남영은 ‘노동의 분할을 넘어서 우리 모두의 하나됨으로’라는 제목의 시집 발문에서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에 상응하게 이 시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처절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논했으며, 시인 백무산은 뒤표지 글에서 “그의 시에는 삶과 투쟁을 일치시키려는 신실한 노력과 고뇌가 배어 있다. 아내가 해고되던 날 ‘입덧’이 시작됐고 그것은 곧 새로운 희망이 잉태할 것임을 역설적으로 예감하고, ‘밥을 짓는 일도 투쟁’이며, 마침내 삶이 ‘축복받은 투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삶이 투쟁 이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투쟁 또한 삶의 일상에서 이탈할 수 없는 것임을 몸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제국의 시대에는 자본이 노동력뿐만 아니라 착취의 공간을 삶의 일상에까지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한 저항의 표현이다”라고 평했다.
1969년 강릉에서 출생한 시인은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시집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물으면서 전진한다>, <식물성 투쟁의지>, <중심은 비어있었다> 등을 펴냈다. 제5회 박영근작품상을 수상했으나, 조혜영 시인의 고 박영근 시인 사후 발표 시 ‘미투’에 화답, 상을 반납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해방글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