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의 탄생, 애개육아

2025-02-27     노승희 <사과꽃발도르프학교 담임교사>

3월 첫 아이가 태어나는 우리 집의 가족 구성원의 수는 이미 일곱이다. 가족 구성원은 나와 짝꿍 그리고 5마리의 반려견들이다. 중대형견인 풍산개 1마리를 포함해 어쩌다 보니 대가족이 된 우리, 첫 아이를 맞이하며 단순 육아가 아닌 애와 개를 함께 키우는 육아, ‘애개육아’를 준비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반려견과 함께해온 나에게도 애개육아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다. 

애개육아를 준비하면서 신랑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강아지들을 집안 어디까지 들어오게 허용할 것인가? 그에 따라 우리가 강아지 집, 공간 배치 등 환경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출산 후 강아지들 산책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지금은 강아지들이 바깥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와 침대에서 함께 자는, 사람과 반려견의 생활영역의 구분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생아에게 1마리도 아닌 5마리 반려견과 분리 없는 생활은 무리이니 생활영역을 분리해야 하는 상황.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를 위해 강아지들과의 생활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셈이다. 그밖에도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책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를 펼쳤다. ‘애개육아’는 맘카페에 수두룩하게 많은 글이 나오는 검색어지만, 정작 애개육아에 대해 다룬 서적은 이 책이 거의 유일하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생각보다 임신을 위해, 또 임신 중에도, 출산 후 육아하면서도 반려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나타나는 문제라는 점이다. 대부분 부모님 세대가 반려동물과 아기가 함께 생활하는 것을 극히 염려하고 반대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을 겪게 되고 그 결과 반려동물을 버리게 된다고 한다. 

저자는 반려동물과 임신, 육아에 대한 17가지의 오해들을 해명하면서도, 결국 이 문제는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가 변화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의 수가 늘어나며 반려동물 산업은 커졌지만, 여전히 반려동물 문화는 과도기적이고 갈등의 여지를 품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과 비반려인은 서로의 입장이 크게 다르고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반려동물에 대한 지역 간, 세대 간 인식 차이도 크다. 반려동물을 위한 온갖 편의시설이 생겨나는 도시와, 여전히 집과 밭을 지키는 가축으로서 반려동물을 대하는 수도권 이외의 농촌 지역의 격차. 반려동물과 형제처럼 침대에서 함께 자며 자라온 젊은 세대와 짐승은 짐승처럼 대해야 한다는 어르신 세대 간의 차이 등 간극은 점점 더 커져 간다. 

결국 반려동물 문화는 ‘가족’ 개념의 확장에 대한 이슈와 연결되는 것 아닐까. 혹 나는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것, 각기 다른 가족의 정의와 형태를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 반려동물 문화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해야 할 ‘애개육아’는 동거, 결혼, 보통의 육아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가족구성원들이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의 주체인 나는 애와 개 모두의 양육자이며, 모두가 우리의 가족이다. 내가 만들어가는 우리 가족의 개념을 그 누구(친정부모님, 시부모님, 주변 사람들)라도 존중해주기를. 다만 말이 통하지 않는 애와 개, 두 존재가 서로 맞춰가야 하는 참으로 쉽지 않는 과정이기에 따뜻한 응원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