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기본으로 돌아가자

2025-03-06     김익만 <정책·전략 전문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고, 이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대한민국 제1의 근본이념으로서 국민주권주의를 선언한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 조항과 더불어 헌법 전체를 관통하고 모든 법률을 지배하는 최고의 원리이다. 민주공화정의 핵심인 주권 재민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선거제도와 국민투표가 존재한다. 

선거제도를 통해 통치기구를 구성하기 때문에 선거제도의 골간은 중차대한 제도로서 제도보장이 확립돼야 한다. 제도보장이란 객관적 제도를 확립해 제도의 본질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선거제도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등 중요 기관이 참여해 대법원,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등 여타 국가기관도 연쇄적으로 구성한다. 국가기관의 독립성이나 통치기구의 재청 문제도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제 도의 확립이란 바탕이 없으면 모래밭 위에 집을 짓는 격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그 명분의 하나로 선거문제를 들고 나왔고, 계엄군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하는 행동까지 취했다. 곧 국회가 계엄해제를 결의하고, 이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돼 최종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다.

소추인과 피소추인측이 탄핵재판에 참여하는 한편, 장외에서는 지지자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세 대결을 벌였다. 본고는 논란이 된 부정선거의 존부(存否)나 비상계엄의 적법성 또는 탄핵심판의 인용 여부를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일련의 헌정 문제 처리가 정파 간 각축의 정, 국민 분열의 무대가 돼버린 작금의 상황을 개탄하고, 국민은 하나라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간과되는 것이 아닌가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요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신뢰와 국가단합을 위한 해법을 고민하고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선거제도의 본질에 충실한 선거제도를 수립하라는 ‘권고적 의견’을 내놓고, 입법부는 헌법 제1조의 이념에 충실한 선거제도를 확립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개편, ‘기본으로의 회귀’이다.

현대 민주국가의 선거제도는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를 4대 원칙으로 하고, 선거의 투명성, 공명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는 근년 간에 투표율의 제고라든가 개표의 효율화 등을 위한다고 사전투표 제도, 바코드 외 QR코드, 투표관리관 날인을 인쇄로 대체 등 부가적 제도를 도입했고, 고사양의 투표지 분류기·심사계수기를 사용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임시사무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국민 사이에 부정선거 의혹이 발생해 다수의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됐고, 대법원의 판결로 원고의 주장 대부분은 기각됐다. 

선거소송은 단심으로써 대법원의 판결로 당해 선거에 대한 기판력은 발생했다. 그러나 각급 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는 법관이 포함된 대법원이 자기 재판을 한 셈이라는 주장까지 덧붙어져 선거문제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오히려 확산됐고, 국민은 분열됐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효능감도 저하됐다. 사태의 원인의 바탕에는 부차적으로 도입한 선거제도에 대해 그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신하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선거제도의 본질이 흐려지게 된 데 있다. 즉 배꼽이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됐다.

선거제도는 제도 자체로서는 투명성과 공정성에 논란이 제기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법원의 판결은 원칙적으로 당해 사건을 구속할 뿐이며. 현 제도를 계속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거나 장래의 좋은 입법까지 막는 것이 아니다. 선거제도의 사소한 부분에 대하여는 정당 간의 흥정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여지도 있다. 그런 선거의 본질이나 제도 자체의 투명성, 공정성을 침해하거나 그럴 가능성을 남겨둬서는 안 된다. 선거제도는 전 국민적 찬동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 제정권자로서 국민은 주권재민의 원리에 따라 이러한 수준의 제도를 수립할 것을 국가기관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선거제도 자체는 자유당 정부의 3·15부정선거에서도 문제시되지 않았다. 국민 중 상당수(수십 백분율)가 현실적으로 불신감을 품고 있고, 주변국에 대한 내정개입 의혹까지도 발생시키는 제도를 고수할 이유가 무엇인가.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정신에 따라 국민 불신의 대상이 된 부차적 선거제도를 폐지하고 기본으로 돌아가면 될 일이다. 선거제도 자체로서는 왜곡될 수 있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누구나 제도 자체의 완결성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하자. 분명하고 간명한 제도, 누구나가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제도를 확립하자. 그렇게 될 때 당파적 이익을 위해 선거제도를 이용한다거나 선거 불신을 야기하려는 유인이 사라지고, 국민 모두가 선거 결과에 겸허히 승복하게 될 것이다. 이때 비로소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국민을 통합시키는 축제가 되고, 주인에 의해 뽑힌 일꾼은 주권자의 의사를 받들어 소신껏 일해 국가 발전과 복지사회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집단 지성을 갖추고 있으며, 차원 높은 민주정치를 향유할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