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수리 최고라는 얘기 듣고 싶어요"

홍성읍 오관리 신인훈 씨

2013-04-19     김혜동 기자


조양문 인근에서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는 신인훈(49·오관리·사진)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올해로 11년째 자전거를 판매·수리하고 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 고 신호석 씨의 세월까지 더한다면 조양문 근처에서 반세기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신 씨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자전거점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2012년 여름.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던 신 씨는 해일처럼 덮친 당시 IMF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고향 홍성으로 돌아와야 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의기소침해 있는 신 씨에게 자전거 수리·대여점 일을 제의했고 신 씨는 어깨 너머 배운 기술로 큰 고비 없이 지금껏 대여점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름을 바꿔달기는 했지만 아버지 때부터 따지자면 홍성에서 자전거대여점 1세대라고 할 수 있죠. 자전거가 큰 보물이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새로운 자전거를 들이는 이들과 아끼는 자전거를 고치는 사람들을 대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신 씨는 자신의 손길로 재활용되는 자전거를 보며 인생의 희망을 찾는다고 한다. 80년대 후반까지 자전거의 종류는 극히 한정됐었다. 흔히 말하는 사이클, 신사용, 표준차 등 3종류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자전거 시장은 온갖 브랜드와 기종의 각축전이다. 특히 산악자전거로 불리는 MTB는 자전거동호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홍성에도 중형승용차 1대 가격을 호가하는 MTB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몇몇 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MTB 자전거가 널리 보급되면서 자전거 수리에도 고급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신 씨는 홍성에서 자전거 잘 고치기로 소문이 났다.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가 단골이 된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는 후문이다. "솔직히 요즘엔 자전거 판매보다는 수리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선 못 고쳤는데 저는 고쳤다며 기뻐하는 자전거동호인들 얘기를 들을 때가 가장 기분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에 어느 어르신 한분이 '자네가 기술은 최고 좋은 것 같네'라고 얘기하셨는데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대부분의 소매점이 그렇듯 자전거판매점들이 인터넷쇼핑몰 앞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최저가격을 찾아 인터넷으로 자전거를 구매하다 보니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매장을 찾는다 하더라도 해당 모델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고 구매는 인터넷을 통하는 것이 보통이다.

"판매는 줄지만 대신 수리를 맡기는 사람들이 늘고 고급기술을 요하는 작업도 늘어나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죠." 신 씨는 최근 섬세한 손길이 요구되는 고급 자전거 수리기술 연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 가게 매출이 조금 줄더라도 크게 신경을 쓰진 않는다. 그를 찾아주는 단골이 있고 자전거 애호가들이 있는 한 고쳐야 할 자전거들은 많다. 신 씨는 직장인음악동호회인 '푸르뫼' 만해팀에서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전거와 기타는 알게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단다.

"초보들은 항상 비싼 자전거, 기타로 시작하려고 해요. 처음엔 사지 말고 빌리거나 있던 것으로 연습하라고 해도 굳이 비싼 장비를 들이죠. 그러다가 한두 달 뒤엔 먼지 쌓인 채 내버려 두는 게 보통이에요.(웃음)"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좋아하는 일에는 천천히 공을 들이는 신 씨는 자전거의 아날로그 감성과 닮아 있었다. 꼼꼼한 손길로 자전거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는 신 씨는 또 한명의 정겨운 이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