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00년 홍주 역사를 개탄한다

2013-04-19     이상선(전 홍성군수)

지난 3월 16일 전라남도 순천시청에 전화를 하게 됐다. 첫 마디로 "정원박람회 개최도시 순천입니다"라는 상냥한 음성이 아주 친근하게 들려왔다. 예부터 순천 가서는 인물자랑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보나마나 어여쁜 아가씨였으리라. 전라남도에서는 지난해 여수세계박람회도 개최했는데 정원박람회가 무엇인지 생소한 얘기라서 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총무부 김금미 주사로부터 설명을 듣게 됐다.

알고 보니 순천이라는 지명이 700년이 되자 순천시에서는 '찬란한 순천역사'를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온 나라에 널리 홍보하고자 정원박람회 개최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순천시민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취시키려는 시민들의 뜻을 간파한, 평소 일 잘한다는 조충훈 시장이 중심이 돼 시의원, 지역사회단체장, 시정에 관심이 많은 지역유지들과 지역 언론들이 자발적인 모임을 갖고 700년 순천역사를 크게 선양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 의도한 것은 시단위의 행사였으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욕망이 있어 조충훈 순천시장과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주저함이 없이 700년 순천기념도 하면서 세계적 자연공원인 순천만공원을 세계 속에 내놓으려고 국제정원박람회로 확대시켰다.

개막D-30일인 3월 20일 전국 TV방송과 언론을 통해 6개월 동안 수백만 국내외의 관광객을 모시라고 터트렸다. 여기에 전 시민이 모두 앞장서서 준비에 나섰단다. 생각해보면 여기에는 700년 순천역사의 주인인 시민들의 애향심과 자긍심이 있었고 역사를 창조하려는 순천시장과 전남도지사의 탁월한 지도력과 선각자적인 혜관이 있었다. 그래서 시의 행사가 도의 행사로, 도의 행사가 국가행사로 발전확대된 것으로 훌륭한 지도자를 둔 순천시민들이나 전남도민들이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한참이나 뒤떨어진 지도자를 선출해낸 책임이 있기에 군민들이나 도민들은 유구무언일 뿐이니 씁쓸하면서도 자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700년 순천역사가 1000년 홍주역사를 부끄럽게 하는 것 같아 은근히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금할 수 없다. 여수세계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전라남도의 저력이 있기에 순천만정원박람회는 틀림없이 크게 성공하리라 보면서 조충훈 시장과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탁월하신 지도력에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 잘 모르면 벤치마킹을 해야지 처음부터 아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경남 창원시가 마산, 진해, 창원을 통합해서 창원광역시가 될 때에 창원지명 600주년 기념행사가 전국에 떠들썩했다. 내년에 600년이 되는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600년 용인지명 기념행사준비에 분주하다는 소식을 홍주신문이나 언론에 소개한 바도 있었다. 그런데 1000년 홍주 지명에 대해서는 어느 한 사람 얘기 안하고 슬그머니 지나쳤다. 말이 되는가. 그럴 리가 있나 알고 보니 1000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이것저것 계획을 세워 예산을 편성했으나 의회인지 군수인지 싹둑 깎아 버렸다고 한다. 턱주가리 수염 밀듯이 소리 없이 밀어버렸다니 이런 사실을 군민들이 과연 알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홍주지명 1000년 잔치는 고사하고 듣도 보도 못한 바닷가에서 주어온 내포라는 도깨비 같은 이름으로 충남도청이 들어와 4월 9일 야릇한 축분향을 맡아가며 개청식을 치렀다. 역사의 필연으로 충남도청에 홍주목사, 홍주부사님의 부르심을 받고 홍주땅에 왔으니 1000년 기념행사를 하기에 얼마나 좋은 기회였었나?
자랑스런 충청남도가 새로운 터전에서 새 출발을 하는 순간에 200만 도민과 함께 써야 할 충남의 새 역사를 잃어버렸으니 먼 훗날 후손들이 왜 그렇게 미련하게 역사의식이 없었는지 묻는다면 무어라 답하겠는가. 잠시 조류독감이 유행했고 축분향이 향기가 되어 정신이 나갔었다고 하는 수밖에 없을 터.

자고로 역사를 아는 순천자 전남도지사와 순천시장은 국제행사로 700년 순천을 기념하고 역사에 어두운 역천자 충남도지사와 홍성군수는 1000년 홍주역사를 몰살시키고 오히려 내포귀신을 몰고 왔으니 반드시 역사 앞에 책임을 면키 어려우리라. 어디까지나 공복인 공직자들은 참된 주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자세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가서 보고 들으면 필자의 쓴 소리를 이해할 줄 안다. 용봉산에 오르니 생각이 난다. 언젠가 박태권 전 충남도지사가 도내 산악회원 2000여명과 함께 용봉산에 올라 정상 부근에 모여앉아 휴식할 때에 필자는 오늘의 내포땅을 가리키며 "저 아래 땅이 앞으로 충남도청이 들어올 땅입니다"라고 소개한 기억이 난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좋은 땅이라 바윗돌하나 없으니 밀어대기만 하면 대지가 될 것이라고 수긍했었다.

때가 묻지 않고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 도지사는 충남발전에 대한 충정과 열정을 토로한 것이 언론의 부정적인 입방아에 올라 시비가 되자 취임한지 180일 만에 도지사직을 던져버리고 떠났는데 요즈음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역대 도지사 중에서 최단명 100일지사라해도 도청회의실에는 사진이 걸려 있어 도민들에게 미련과 아쉬움을 주고 있을 것이다. 답답하고 책임감 없는 방약무인한 충남도정의 혁신과 200만 도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내포라는 지명이 홍주로 바뀌기를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