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 불편으로 이사라도 가야 합니까?

2025-03-13     최선경 <홍성군의회 의원>

“왜 예산군은 되는데, 홍성군은 안 되나요?”

예산군이 충남 최초로 ‘학생전용 통학버스’를 운영하자 홍성읍에서 내포신도시 내 고등학교로 등하교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에도 우리 홍성군이 한발 늦은 셈이다.

부랴부랴 홍성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2일 군청 건설교통과, 홍주여객, 홍성교육지원청, 학부모 대표와 함께 실무자 의견 수렴과 버스 운영을 위한 세부 실행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 대표는 통학 불편으로 세종시로 이사를 가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며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호소했다.

간담회를 통해 실무자들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홍성교육청 주관으로 학부모 수요 조사를 면밀히 진행한 후, 이를 바탕으로 홍성군에서 주체적으로 통학버스 노선 배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자고 협의했다. 다행히 간담회 결과를 수용한 집행부는 발 빠르게 오는 4월부터 현재 운영 중인 마중버스 연장 운행을 통해 내포신도시에서 광천읍까지 고등학생 전용 통학버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혀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러자 가장 많은 요구가 빗발치는 내포신도시와 홍성읍을 오가는 노선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더 거세게 제기되면서 하루라도 빨리 통학버스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책정된 예산이 없다 보니 추경에나 가능할 것 같아 속 타는 학부모들을 마주할 때마다 안타까운 심정이다.

고등학생들의 통학 거리는 학습의 질과 생활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학 시간이 길어지면 학생들의 수면 시간 감소, 피로 증가, 학업 성취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교육 환경 열악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특히 홍성읍 같은 경우 원도심 공동화가 가속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가정에서 직접 학생을 데려다주는 경우, 많은 학부모가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기름값, 차량유지비, 출퇴근 시간 조정 등 여러 문제로 가정 내 불화와 갈등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중차대하게 들여다봐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통학 거리와 통학 시간은 단순히 이동의 불편함 이상의 문제를 내포한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통학버스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별로 버스의 운행 경로를 최적화해야 하며, 학생들의 거주지역 데이터를 수집해 주요 정류장을 설정하고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최단 경로를 설계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중요한 변수이다. 버스 운영은 단순히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교통 흐름을 개선하는데 협력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행여라도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이번 통학버스 운행 정책들이 현장에서 조속히 시행되지 못한다면 홍성군 행정서비스가 인근 지자체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진다는 주민들의 거센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미 지역사회가 통학버스 노선 조정이나 배치 등의 어려움에 공감했으니 앞으로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실행되느냐의 문제는 군수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우선 등하교 시간에 맞춰 내포신도시와 홍성읍을 오가는 통학버스 노선을 조정하거나, 대중교통 노선 조정이 어렵다면 운행 범위나 시간대를 한정하여 버스 노선을 허가하는 ‘한정면허’ 제도 활용을 검토할 수도 있다. 이것조차 어렵다면 학교별 셔틀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 보조 등의 정책적 지원 방안도 모색했으면 한다. 더 나아가 야간자율학습 이후 대중교통이 운행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 문제에 대한 대안도 찾았으면 좋겠다.

끝으로 군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여러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라며, 군수의 강한 의지로 우리 지역 아이들을 위해 통학 여건을 개선하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속히 만들어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