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건립비에 운영비도 혈세 줄줄
동절기가 끝나면서 곳곳의 공사 현장이 분주하게 돌아간다. 지난 임시회 기간에 현장방문을 통해 홍성군에서 추진하는 각종 공공건축물 건립 현황을 둘러봤다. 생각보다 문제점이 많이 발견됐다. 부실 공사, 건축비 증액, 잦은 설계변경, 한없이 지체되는 공사 기간, 준공 이후 활용 방안 등 총체적 난국이었다.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국비와 자체 예산 등을 끌어모아 지은 공공시설의 적자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애당초 사업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정밀하게 따지지 않은 채 지역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이 ‘치적용’이나 ‘선심성’으로 밀어붙였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의 실정은 어떨까?
첫째, 부실 공사로 혈세가 낭비된 사례이다. 25억 원을 들여 건립한 이응노 학술연구소의 작품 보관 시설인 수장고(收藏庫)는 본 기능을 상실한 채 진짜로 물을 보관하는 ‘수장고(水藏庫)’로 전락했다. 수장고는 소장 중인 작품을 보존, 유지, 관리하기 위해 만든 보관 시설로 온도와 습도 유지, 내진 설계 등이 중요함에도 현재 누수가 발생해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어떻게 준공이 떨어졌는지 의심될 정도로 건물 여기저기가 하자투성이였다.
둘째, 처음 사업계획과 달라져 행정의 불신을 유발한 사례이다. 홍농연회관 리모델링 사업은 2023년 군의회에 보고하기로는 사업비 23억 원에, 내용도 직거래 매장과 농업인 단체 사무실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건축물 대수선으로 사업 방향을 변경하면서 46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예산 증액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운영 주체와 방식이다. 건물 관리 방식 및 운영 주체와 관련해 농민단체들로부터 불만과 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최초 건립 비용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한 총소유 비용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 원가계산용역이 필요하다.
셋째, 공사가 중단돼 사업비가 대폭 증액된 사례로 홍성자활센터 신축사업을 꼽을 수 있다. 착공한 지 4년이 됐지만 홍성자활센터는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이 사이 사업비는 40억 원에서 73억으로 늘어났다. 물론 연면적이 증가했고 중간에 시공업체의 부도로 공사 기간이 늘어지면서 물가상승 등을 반영하더라도 하염없는 공사에 비용은 눈덩이처럼 증가했다. 과연 이 사태를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넷째, 막대한 혈세를 까먹으며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이다. 옛 홍성읍사무소 옆에 신축된 홍주천년문화체험관은 ‘홍주천년 양반마을 사업’으로 조성한 것으로, 군은 2019년부터 총사업비 191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완공했다. 그러나 10차에 걸쳐 사용허가 입찰공고를 냈지만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건물 관리와 운영비로 해마다 순수 군비 3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할 지경이다. 해당 시설의 공공성을 감안해도 운영 적자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앞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혈세 낭비가 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지역 공공시설 난립과 부실 운영에 따른 지자체 재정 부담의 원인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지자체장을 꼽는다. 인사·예산권 등 막강한 권한을 쥔 지자체장이 표를 의식해 필요 이상의 공공시설 투자를 추진하면 막을 도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 장기 계획을 전제로 하는 건축 행정에서 지자체는 별도의 지원조직이나 전담 인력이 없고, 순환보직 체계로 담당자가 자주 변경돼 업무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꼽는다. 건축사업의 절차가 워낙 길고 복잡하다 보니, 공무원이 업무를 따라오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전문 용어가 담긴 과업지시서를 작성하거나 비용 문제를 두고 소통하는 일도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한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집행부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각종 공공시설 건립 사업이 문제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시공사 선정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길 바란다.
최근 부여군은 2024~2025년 추진할 예정인 6개 사업의 개별 감리용역비 총 104억 원을 통합 발주해 약 52억 원을 절감했다. 착공 시기가 비슷한 대형 사업들을 묶어 발주하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한다. 부여군이 결식아동 한 끼 급식비로 9500원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때, 절감한 52억 원은 약 54만 7368명의 아동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금액이란다.
안타깝게도 다른 지자체는 되는데, 우리는 안 하는 걸까? 못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