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로컬 커머스 시대, 홍성군이 자원의 보고(寶庫)

2025-04-10     이종화 <충남도의회 의원>
<strong>이종화</strong><br>충남도의회

지방 소멸은 더 이상 예고된 미래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층의 지속적인 유출은 지역의 문화와 경제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많은 지자체가 존립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농촌과 소도시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해체되고, 지역의 고유한 문화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각 지역은 스스로의 자원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바로 ‘하이퍼로컬 커머스’가 그 중심에 있다.

하이퍼로컬 커머스는 단순히 지역 상권을 되살리는 것을 넘어서, 주민의 생활 반경을 중심으로 지역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경제 및 문화 활동을 뜻한다. 지역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서 생산과 소비, 그리고 문화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유휴 공간을 문화 콘텐츠와 결합할 경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도 함께 높아진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3년 ‘15분 문화슬세권’ 사업을 전국 1만 곳으로 확대하며, 누구나 도보 15분 내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는 지역 문화의 자생력을 키우고 일상 속 문화 소비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는 하이퍼로컬 커머스의 성공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강릉의 ‘테라로사’는 지역 커피 문화를 브랜드화해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켰고, 양양의 ‘서피비치’는 서핑이라는 청년 중심 문화를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제주의 ‘해녀의 부엌’은 해녀 전통과 공연예술을 결합한 극장형 레스토랑으로 지역 자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춘천문화재단의 ‘도시가 살롱’은 민간 소규모 공간을 문화 거점으로 전환시켜,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소통하는 문화 기반을 조성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지역 고유 자원에 창의성을 더해 성공한 모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처럼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적인 기획은 단순한 상업 활동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함께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고유의 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그들의 활동은 하이퍼로컬 커머스의 성공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이들은 단지 기획자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의 연결자이자 지역 문화의 해설자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홍성군 역시 하이퍼로컬 커머스를 실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홍성한우·한돈, 광천김, 토굴새우젓, 결성농요, 천수만의 낙조 등 풍부한 전통 자원은 물론, 전통시장 빈 점포, 폐교, 옛 포구와 같은 유휴 공간도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이러한 자원들이 결합된다면 문화체험형 푸드 콘텐츠, 청년 셰프 양성소, 향토사 아카이브, 김치 담그기 체험, 농요 공연과 연계한 새참 관광 등 여러 형태의 하이퍼로컬 프로젝트가 가능해진다. 특히 청년층이 지역에 정착하고 주도할 수 있는 창업 프로그램이나 커뮤니티 공간이 함께 조성된다면 지속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

더불어 지역 내 학교, 도서관, 평생학습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 문화와 경제에 대한 교육 기회를 확장한다면, 하이퍼로컬 커머스는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지역 발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지역 자원을 창의적으로 기획하고 연결할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 주민, 그리고 행정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홍성군은 하이퍼로컬 커머스 시대를 선도하는 모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열쇠는 지역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지역의 미래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