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행사 전매 약속 믿다가 ‘날벼락’

허위 약속에 2억 원 대출 떠안은 투자자들 ‘절망’ 한국토지신탁, “계약조건 고지… 책임없다” 반박 대행사 대표, 연락두절·행방불명… 피해자 ‘분노’

2025-05-01     김영정 기자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최근 홍성군에서 e편한세상 더센트럴 아파트 분양과 관련, 대규모 사기 의혹이 불거지며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분양대행사 대표 최아무개 씨가 주도한 조직분양이었다. 최 씨는 분양계약금 2000만 원 가운데 1500만 원은 분양대행사가 대납해주고 나머지 500만 원은 계약자가 납부하는 방식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했으며 “500만 원만 투자하면 입주 전까지 계약금 2000만 원과 전매 차익을 돌려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최 씨의 방식은 철저히 계획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매를 책임지겠다”는 허위 약속과 각서로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뒤, 계약금 대납, 분양 수수료 편취, 중도금 대출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투자자들을 옭아맸다. 또한, 분양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을 분양 직원으로 둔갑시켜 분양 수수료까지 가로채는 수법은 부동산 시장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내 분양업계 관계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근무했던 보령지역에서도 해당 아파트를 계약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해당 분양대행사가 아파트를 너무 마구잡이로 이상하게 팔아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아파트 분양 상담사들끼리 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거액의 중도금 대출까지 떠안게 되면서, 아파트 인수 불가 시 막대한 채무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해당 사건의 투자자 중 한 명인 백아무개 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최 씨가 모든 투자자들에게 ‘1순위로 전매해 주겠다’고 약속해 안심시켰던 것을 알게 됐고, 투자자들을 동의한 적도 없는 분양 대행 프리랜서로 허위 등록해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꾸며, 투자자들의 건강보험료 상승 등 2차 피해를 받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조직분양은 단기간에 분양률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지만, 과장 광고, 허위 정보 제공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다”며 “특히 전매 차익을 보장한다는 식의 감언이설은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대표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현재까지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최소 250여 명을 넘어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매 차익을 기대하고 투자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거액의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분양대행사가 계약금 일부를 대납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유도한 탓에 계약 해지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500만 원을 투자하면 최소한 150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계약했다가 2억 원이 넘는 중도금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됐다”고 피해를 호소하며 “이제 와서 계약을 해지하려 해도 위약금 문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며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며, 피해를 입은 투자자 모임을 통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씨가 실제로 분양 계약자들을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으나 피해 발생만으로는 부족하며, 고의성, 피해 규모, 기망행위 입증 여부 등이 관건으로 보인다. 만약 피해 금액이 5억 원 또는 50억 원 이상 등 일정 기준을 넘는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며 이와 별개로,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을 통해 민사상 손해배상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쟁점은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이 분양대행사의 불법 행위를 인지하고도 묵인했는지의 여부다. 투자자들은 현재 “시행사와 분양대행사가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만약 시행사의 공모 사실이 밝혀질 경우, 법적 책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락 두절한 채 행방이 묘연한 분양대행사 대표 최 씨는 일부 매체를 통해 “전매를 위해 부동산 사무소를 차렸으나, 계약자들의 협조가 없어 전매 상황이 좋지 못했고, 시장 여건도 나빠졌다”며 “개인이 모든 상황에 대해 책임질 수는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도 공식 입장을 내고 “아파트 매수자는 분양계약 조건을 인지하고 계약했으며, 상담 내용에 대한 확인서를 계약자로부터 전달받았다”며 “직원이 별도로 각서를 제공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계약서에 따라 중도금을 일부 납부한 경우, 위임인의 주장만으로 계약 해제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직분양을 통한 사기 사건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대구에서 발생한 ‘동대구역 우방 아이유쉘’ 사건이 있다.

당시 분양대행사는 “전매를 보장하고,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허위 광고로 투자자들을 유인했으나 실제로는 전매가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손실을 입었고, 분양대행사 대표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에게 일부 과실이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019년 부산에서도 비슷한 수법의 조직분양 사기가 발생,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역시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이러한 유사 사례들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조직적인 부동산 사기에 대한 처벌이 미흡함을 보여준다.

아파트 분양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조직분양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특히 시행사의 관리 감독 책임을 강화하고, 분양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