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충남의 독립운동 현장을 가다

광복 80주년 충남의 독립운동 현장을 가다〈1〉

2025-05-08     취재·사진=한기원 편집국장, 홍주일보 주민·학생기자단

 

보훈부, 충청 출신 독립운동가 2172명, 충남 1610명·충북 562명
독립운동 사적지 1577곳 중 54.5% 멸실, 흔적조차 찾기 어려워
광복 50주년, 일제 식민 통치의 상징, 조선총독부 청사 등 철거
광복 80주년, 민족의 얼 담긴 항일독립유산 체계적 관리 필요성

 

우리는 1945년 광복을 맞이했으며, 올해 2025년 광복 80주년, 경술국치 115주년을 맞았다. ‘광복’이란 두 글자에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 눈물과 고통, 그리고 언제 올지 모르는 해방을 꿈꾸면서 치렀던 희생과 불굴의 용기들이 오롯이 녹아있다. 그래서 광복 80주년을 맞는 오늘의 실정에서 ‘광복’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하나 된 광복’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복과 독립마저도 갈등과 분열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의 상황이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10년 8월 29일 국권을 상실한 이후 35년간 한반도를 선조들의 피로 물들이고 나서야 되찾은 나라다. 1894년 청일전쟁을 기점으로 일제가 우리나라 침략 의지를 드러낸 점을 감안하면 반세기만이다. 이후 올해로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사이 광복의 영광도, 들불처럼 일었던 충청의 독립운동 역사도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국가보훈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서훈을 인정받은 독립운동가 중 충청지역 출신의 독립운동가는 2172명이다. 충청북도 출신 독립운동가 562명과 충청남도 출신의 독립운동가 1610명이다. 충청남도 출신의 독립운동가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장(5명) 대통령장(4명) 독립장(52명) 등을 비롯해 애국장(211명) 애족장(419명) 건국포장(79명) 대통령표창(840명) 등의 훈격을 받았다. 이들은 충남 내포 지역인 홍성, 예산, 청양을 비롯해 보령, 서천, 서산, 태안, 당진, 아산, 공주, 천안 등의 장터와 충청도의 마을 곳곳에서 만세를 외쳤다. 

그 물결은 충청도의 농촌을 넘어 전국의 중소·대도시와 시골 농촌 마을의 민중들과도 만나 어우러지며 큰 물결을 이뤘다. 여전히 그 기록은 충청도를 비롯한 전국의 곳곳에 남아 있고 심지어는 중국과 러시아 땅에까지 뻗어갔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을 살며 그들에 대한 선양사업은 물론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미서훈 등 해결돼야 할 과제도 많고, 유적지의 보존과 관리방안도 산적하게 남겨져 있다. 

1919년 기미년(己未年)의 3월은 한국의 근현대사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기록되고 있다. 일제의 무단통치로 억압이 극에 달했던 1910년대의 끝자락에서 우리 민족은 자유와 독립을 향한 열망을 토해냈다. 민족대표 33인의 기미독립선언서를 시작으로 독립을 향한 뜨거운 염원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파랑과 빨강의 태극기 소용돌이는 충청도 곳곳에서도 휘감았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의 해이며, 3·1독립만세운동 106주년이다. 충청지역 항일독립운동의 현장과 유적지, 3·1독립만세운동의 잊힌 현장과 유적지 등을 찾아 그날의 함성을 돌아보며 역사적, 정신사적 교훈으로 각인하고자 잊힌 항일독립운동의 현장과 유적지 등의 탐사를 시작한다. 
 

항일독립운동 사적지 현장에서 배우는 역사·교훈
한국의 독립운동 현장과 유적지는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장소와 유적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들은 우리 민족이 어떤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유를 위해 싸웠던 역사를 생생히 전해주고 있다. 이러한 항일독립운동의 현장과 유적지들을 방문함으로써 우리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현재의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정신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전달하고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수많은 항일독립운동가의 희생 위에 이뤄진 것이다. 이들의 정신을 기리며,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역사를 기억하고 올바른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잘못 기록된 사실을 바로잡고 항일독립만세운동의 현장과 유적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우리의 후세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충남은 충청권 최초의 3·1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독립운동 유적지를 역사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광복 80주년, 경술국치 115년이 되는 해다. 치욕스러운 역사에 대한 국민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국내외 항일독립운동과 3·1독립만세운동 사적지, 6·25 한국전쟁 관련 국가수호 사적지 등 대부분이 훼손되거나 변형된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독립운동 유적지 절반가량이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이미 사라졌거나 훼손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항일독립운동의 유적지가 세월이 흐르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항일독립운동 사적지 대부분이 훼손되거나 변형된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국가보훈처의 지원으로 지난 2007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22억 6000만 원을 투입해 전국의 항일독립운동과 국가수호 사적지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다. 독립운동 사적지 1577곳 중 54.5%인 860곳이 멸실돼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항일독립운동 사적지 중 522곳(33%)은 변형, 9곳(0.5%)은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형이 보존되거나 복원된 곳은 각 125곳(8%)과 62곳(4%)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25 한국전쟁 사적지도 335곳 가운데 139곳(41%)이 변형, 62곳(19%)이 멸실, 11곳(3%)이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형이 보존되거나 복원된 곳은 121곳(36%)과 2곳(1%)뿐이었다는 보고서도 있다. 독립운동 사적지 중에서는 도시와 농촌 구별 없이 전 지역에서 3·1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됐음을 보여주는 사적지가 많다. 


교육 장소, 관광코스 개발 등 연계전략 필요
또한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에 나섰던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그 후손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나.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참으로 위대하고 숭고하지만 그들과 후손들의 삶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해방이 되길 손꼽아 기다렸지만 나라의 운명은 일제에서 미군정으로 바뀌었고,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세력들은 미군정의 지도자가 됐다.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던 친일세력들이 여전히 권력을 장악했다. 그들의 서슬 아래서 독립운동가들은 숨어 살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삶을 살아야 했다. 

후손들 또한 모든 재산과 명예를 날려버린 부모를 원망하며 가난과 무지의 서러운 삶을 살아야 했다. 또한 애국선열들의 숨결이 서린 독립운동 유적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것은 정부 부처, 지자체 간 책임 전가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독립운동 관련 기관들에 따르면 보존해야 할 독립운동 유적지 등의 실태조사는 고사하고 기존 유적에도 관리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부처에 분산돼있는 비슷한 사업을 통합해 단일 기구화하거나 상시 운영되는 협의체 등을 만들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독립운동가들의 독립운동 유적지도 국가와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인 만큼 국민적 인식전환과 함께 우리 주변의 유적지를 역사와 책임감을 느끼는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독립운동 유적지 등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 장소로 활용하거나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등 인근  역사문화와 연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항일독립운동의 생생한 진실을 현장의 유적을 매개로 다시 한번 확인함과 동시에 무관심 속에 버림받은 유적지의 실태를 살펴보고, 진실을 증언할 현장의 유적지를 중요한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호해야 할 시점임을 인식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항일독립운동의 유적을 제대로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한 보존방안의 모색과 사이버 탐방 등 관련 프로그램 등을 마련, 항일독립운동 유적지(사적지)를 올바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복 50주년에는 우리 민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던 일제 식민 통치의 상징,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했고, 국민학교란 명칭을 모두 초등학교로 변경하는 등 일제의 식민지 청산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단순한 건물 철거를 넘어 잃어버렸던 자긍심을 되찾고 과거를 바로 세우려는 의지와 염원이 담긴 역사바로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올해 광복 80주년이란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처음으로 외세에 통치권을 빼앗긴 불행한 역사를 이겨낸 날이기 때문이다. 의병항쟁으로부터 따지면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강점에 맞서 독립투쟁을 벌인 것이 50년, 통치권을 빼앗긴 것으로 치면 36년이나 되는 항쟁의 역사다. 본지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민족의 얼이 담긴 항일독립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과 필요성, 실태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