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에 이를 때까지! 국악(國樂) 세계를 섭렵하다
우리지역 각양각색 문화예술인 ⑪임기숙 국악인
[홍주일보 이정은 기자] 임기숙 국악인은 지난 2019년에 설립된 (사)홍성국악원의 원장이자 (사)소리너울예술단의 이사장이다. 갈산중학교 재학 시절 사물놀이부에 들어가면서 처음 접하게 된 국악, 이후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국악과에 진학해 판소리를 전공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공연 무대에 올라서기까지, 그의 진득한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 열넷에 만난 우리의 음악
임기숙 국악인이 갈산중 1학년에 재학할 당시, 사물놀이반이 신생했다. 그는 처음 접한 악기들의 소리가 참 흥겹고도 기분이 좋았다고 상기했다.
“그때는 전교생이 시험을 거쳐 선생님께 발탁돼야 사물놀이반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사물놀이반에 들어간 임 씨는 장구에서 우두머리 격인 ‘상장구’를 맡았다. 이후 중학교를 졸업한 뒤엔 사물놀이를 접할 기회가 없으니, 더러 어디에선가 사물놀이 소리가 들려오면 소리에 이끌려 몸이 움직였다고 한다. 또 20대엔 직장생활을 하며, 결혼·출산 후엔 사물놀이 동아리에 참여하는 등 국악이란 범주 안에 꾸준히 머물게 됐다.
■ 가랑비에 젖어 드는 줄 모르고
임기숙 국악인은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 10살 정도가 됐을 무렵, 전라북도립국악원(이하 도립국악원)의 문영주 선생님께 판소리 수업을 듣게 했다.
“저희 딸 판소리를 배우게 하고 싶어서 전주를 오가다가, 그러다가 저도 배우게 된 거예요.”
임 씨는 단순 판소리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전주에 아예 거주하면서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국악을 배우게 된다. 도립국악원의 문영주 선생에겐 ‘동초제(심청가)’를, 박미선 선생에겐 ‘남도민요’를, 최지안 선생에겐 ‘경기민요’를 배우고, 전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유경수 선생에겐 ‘민요 장구 장단’을 배웠다.
■ 국악과 13학번 만학도 되다
국악에 대한 열의의 불꽃은 점차로 커져 급기야 대학교 입학을 결심하게 된다. 그는 마치 배움에 중독된 사람처럼 매일을 배움으로 채워나갔다.
“제 나이 서른여덟이었어요. 늦깎이로 시작했죠. 국악과에 들어가서는 판소리를 전공했어요.”
그는 중학교 시절 사물놀이반에서 ‘상장구’를 맡으며 습득한 장구를 비롯해 이후 끊임없이 배워나가며 가야금·가야금 병창, 판소리·소리북, 민요·민요 장구 장단 등을 섭렵했다. 이에 악기 연주는 물론이고 소리까지 제대로 낼 줄 아는 만능 국악인이 됐다.
‘전국 국악 대제전’ 판소리 일반부에서 최우수상을, ‘김제 지평선 전국 국악경연대회’ 판소리 일반부에서 대상을, ‘진도 남도민요 경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 지역 내 축제를 휩쓸다
지난 2015년 대학교 3학년 시절 첫 무대에 올랐던 임기숙 국악인은 졸업 이후 셀 수 없이 다양한 행사에서 국악 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 내용으로는 앞서 밝힌 바대로 임기숙 국악인이 다룰 줄 아는 악기와 소리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는 특성상 ‘고수’라는 북장단을 치는 사람이 있어야 하거든요. 이 때문에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니, 여건이 돼야 가능해요. 그래서 홍성국악원 문화생들과 함께 민요 공연을 가장 많이 하고 있어요.”
지난 2021년에는 전통문화예술공연 지원사업을 통해 홍성역사인물재조명을 취지로 한 공연을 시작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홍성역사인물을 알리는 공연에서는 문화생들의 발표회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홍성국악원은 매년 2회에 걸쳐 지역 내 요양병원을 찾아 어르신들께 국악 공연을 선보이며 재능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학생에서 지도자로 거듭나다
임 씨는 홍성국악원(홍성읍 백월로 28)에서 월·화·금 주 3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악을 배우고자 모인 50여 명의 학생들은 6살 아이부터 지긋한 나이의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포진돼 있다.
‘어린이예술단’은 민요, 판소리, 앉은반, 설장구, 가야금 병창 등을 배울 수 있으며 민요를 부를 때는 안무(발림)도 곁들여져 함께 배우게 된다. 이어 ‘성인반’은 민요, 가야금 병창, 북 난타, 장구 난타, 사물놀이 등을 배울 수 있으며, 성인반과 어린이예술단은 따로 또 같이 공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아이들만 오르는 무대가 예상보다 다양했다. ‘홍성군립국악관현악단’과의 공연 협연에서, ‘내포청소년환경페스타’에서, ‘99the9예술원 발표회’ 협연에서, ‘홍주골마당예술제’에서, ‘홍성꽃가람무용단발표회’에서 그리고 기타 수많은 공연에서 어린이예술단 문화생들은 무대를 장식하고 이끌어 나갔다.
■ ‘만족’에 닿기 어려워 계속하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요즘 들어 민요 반주 장단이 특히 재밌다는 임기숙 국악인에게 국악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국악은 너무 어려워서 단기간 내에 배울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조금만 배우고 그만두기엔 너무 감질나고요. 그러다 보니 계속 배우게 됐고 내 수준에 만족을 못 하니까, 채워지지 않으니까 계속하게 됐어요. 이런 식으로 어느새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국악의 매력은 한마디로 ‘어렵다’는 거예요.”
임 씨는 국악 가사들이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를 소리 내 부름으로써 깊은 흥과 긴 여운을 느끼게 되고, 머리와 마음에 계속해 맴도니 끊임없이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어려운 걸 노력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여기에 따르는 성취감 때문에 계속하게 돼요. 그래서 저는 어려운 걸 좋아해요.”
임기숙 국악인은 오는 9월 앞두고 있는 ‘제10회 정기발표회’와 ‘2025 지역문화예술진흥 공모사업 공연’에 집중하고, 새로 자리 잡게 된 이곳(홍성국악원)에서 문화생들이 잘 생활할 수 있게끔 여러 이벤트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