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복개천, 철거보다 연결이다
홍성군은 2027년 군청사를 옥암리로 이전하면서 원도심 복개천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군은 이 사업의 주요 목적을 침수 피해 방지라고 밝히며, 생태하천 복원과 도시 기능 회복, 보행자 중심 공간 조성 등을 부수적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복개천 인근에 원도심 주민들은 철거 계획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 이유는 복개천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수십 년간 형성된 주민들의 생활 기반이기 때문이다.
복개천은 원도심 중심부를 가로지르며 병원, 약국, 재래시장 등 주요 시설을 도보로 연결하는 핵심 생활 동선이다. 특히 고령화가 심한 홍성 원도심에서 이 복개 공간은 차량 없이도 의료서비스와 생필품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생활의 혈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철거가 추진되면 도로와 보행 환경이 바뀌어 기존의 연결성이 단절된다. 이는 고령층의 의료 접근성을 낮춰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군은 침수 피해 방지를 철거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이 지역에서 반복적인 대규모 침수가 있었다는 명확한 근거는 부족하다. 더욱이 복개천을 철거하지 않고도 침수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은 충분히 존재한다. 하천 준설, 배수 용량 확대,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 도입 등으로도 수해 예방이 가능하다.
실제 국내 다른 도시에서도 복개를 유지하면서 수해를 방지한 사례들이 있다. 수원시의 원천천은 하천 하류에 자동배수펌프장을 설치해 침수 문제를 해결했으며, 부산 사직천도 복개 상태를 유지하면서 하수관 교체 및 유량 조절을 통해 도시형 수해를 방지했다.
이처럼 철거만이 해답은 아니다. 기술적 방법과 도시재생 계획을 병행해 주민들의 삶을 지키는 방식도 가능하다. 오히려 복개 공간을 활용해 수변 데크, 보행자 중심 공간을 조성하는 등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더 나아가 홍성 원도심의 활성화는 복개천 철거와 같은 물리적 해체보다는, 기존 자산의 연결과 재구성을 통해 가능하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단순한 철거나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공간이 주민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에 있다. 복개천은 이미 일상과 밀접히 연결된 생활 기반인 만큼, 이를 보존하며 개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복개천의 일부를 개방하고 리모델링하여 도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상업기능과 의료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보행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홍성처럼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도보 이동의 편의성과 의료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복개천 철거는 이러한 요소들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원도심의 공동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의 도시재생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일본 도쿄 스미다강은 복개된 하천을 일부 유지하면서 보행 공원과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도심과 자연의 공존을 실현했다. 싱가포르의 클락키와 리버사이드 지역은 복개 하천을 완전히 철거하지 않고도 부분 개방을 통해 수변 공간을 문화·상업 중심지로 탈바꿈시켰다. 이들 도시는 하천을 철거의 대상이 아니라 연결과 회복의 자원으로 보았고, 도시의 활력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홍성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복개천은 지역을 가르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공동체를 연결하고 도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다. 철거가 아닌 리모델링과 부분 개방을 통해 도시재생을 추진하면 경제적 효율성과 주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도시의 생명력은 화려한 구조물보다 주민의 일상 속에 스며든 배려에서 시작된다.
결국, 도시재생은 ‘다시 살리는 것’이다. 파괴가 아닌 회복이며, 철거가 아닌 연결이다. 복개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주민의 삶과 연결시키고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홍성다운 변화는 주민의 작은 걸음과 일상에서 출발하며, 도시의 진정한 재생은 주민을 중심에 둘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