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2025-07-03     김선옥 칼럼·독자위원
<strong>김선옥<br></strong>테라폰

니체, 톨스토이, 다윈, 융, 아인슈타인 등 여러 사람에게 영감을 준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대표작 《소품과 부록》이 아포리즘으로 재탄생했다. 바로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이다. 작가는 말한다. “넘어지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라. 땅이 단단해지는 곳이 바로 거기다. 넘어지는 순간 아플지라도, 당신이 땅을 밀어낸 바로 그곳에서 흙은 발끝의 무게에 더욱 단단해진다. 멍든 무릎은 곧 굳은살이 되고, 흐트러진 호흡은 깊은숨으로 바뀐다. 쓰러짐은 실패가 아니라 지면을 더 견고하게 다지는 의식이다.” 

단 한 번뿐인 삶! 어떻게 살아야 할까?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행복은 사물의 객관적이고 실제 모습에서가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밝은 생각에서 온다고 작가는 말한다. 에픽테토스 또한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라고 했다. 청년이든 노인이든, 가난하든 부자든 밝은 영혼을 지녔으면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행복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아는 방법은 현재 자신이 밝은 영혼의 소유자인지 아닌지를 보면 된다.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재산을 모으려 하지 말고, 밝은 영혼을 지니려 노력하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밝은 영혼을 지니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우선 건강부터 챙겨야 한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몸이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건강이 모든 것을 즐기는 원천으로, 행복의 90%는 건강에 있다고 한다. 행복은 큰 기쁨이나 엄청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큰 고통 없이 인생을 보내는 것이다. 살면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들은 쉽게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행복해할 줄 알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의 것이다”라고 했다.
 

과거에 가졌던 희망이 실패로 돌아간 일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우울한 얼굴로 현재를 보내서도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현재를 망치는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오늘은 단 한 번뿐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임을 잊지 말자. 우리는 아름다운 날들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다가, 우울한 날들이 닥쳤을 때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게 되는데, 큰일을 겪어본 사람은 별일이 없는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것을 안다. 자신의 삶을 남과 비교해서도 안 된다. 비교로부터 불행이 싹트기 때문이다. 세네카는 “자신의 것을 남의 것과 비교하지 말고 즐기도록 하자. 다른 사람이 행복하다고 괴로워하는 자는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 삶의 모든 장면은 거친 모자이크 그림과도 같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하지만, 거리를 두고 보면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특별히 기쁠 것도 즐거울 것도 없는 평범한 하루, 힘차게 계단을 오르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오늘을 훗날 매우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세월은 가고, 결국은 인생의 끝자락에 이르게 되는데, 그때는 가면을 벗어버리는 가장무도회의 끝과 같다. 그동안 갈망했던 것들이 헛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며,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 실제로 누구였는지 마침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의 성격이 드러나고, 행동들이 결실을 보게 되며, 업적이 정당한 평가를 받으며 그동안 가졌던 모든 망상이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실상을 보게 되기까지, 인생의 긴 여정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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