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 아닌 99%의 이야기

2025-07-03     장정우 칼럼·독자위원
<strong>장정우</strong>

조기 대선이 끝이 나고, 한 시기가 끝이 났다. 변곡점을 거친 후 농촌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농민들은 하나둘 나이 들어가고, 농촌인구는 계속 줄어들며, 기후변화로 점점 농사짓기는 어려워지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묘수는 무엇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전국 1404개 읍·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농촌소멸 위험·고위험 지역’으로 지목됐다. 분명한 것은 정권을 바꾸는 것만으로 농촌이 처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농촌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묻는다면 곧바로 떠오르는 몇몇 얼굴들이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군 단위 월간지, 《월간 옥이네》를 발행하는 고래실의 일꾼들은 그중 하나이다. 모두가 암담한 현실을 이야기하며 주저앉아 농촌의 ‘소멸’을 이야기할 때, “‘지역소멸’은 부적절한 단어이며, 아무리 인구가 적어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지역소멸은 마치 그곳을 벗어나야만 할 것 같고, 지역을 위해 애쓰지 않겠다는 맥락으로 사용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만드는 잡지라면 농촌에 사는 우리들이 한 번쯤 들여다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월간 옥이네》는 성공한 지역언론으로 잘 알려진 옥천신문에서 독립한 고래실이 발행하는 월간지이다. 잡지는 휘발성이 강한 신문의 단점을 보완하고, 지역사회의 이야기들을 기록하며, 직접 변화를 만드는 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잡지의 창간 선언문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역사에 남은 1%가 아니라 역사를 만든 99%를 기록한다.’
 

여기서 말하는 99%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다. 동네 친구와 결혼해 일생동안 태어난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 공부를 하기 위해 지역을 떠났다가 다시 고향에 내려와 마을 일을 하는 사람, 친구 따라 이사를 와서 마을에 필요한 일이라면 이 일 저 일 하는 사람, 무슨 일을 해서 먹고사는지는 모르지만 지역에서 간간이 마주치는 사람 등 누군가 인터뷰를 요청하면 “내 얘기는 별거 없다”라고 말하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이웃에 잡지는 주목한다.

지역에서는 흔히 이런 말들을 한다. ‘잠시라도 서울 물을 먹어보는 게 좋다’, ‘서울을 못 가더라도 도시에 가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 정작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지역에 살면서도 말이다.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도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삶을 부정’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 모두가 다 떠나면 농촌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서울에 살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패배자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자란 아이는, 결국 어릴 적부터 바라던 대로 지역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했다.

자치, 자급, 생태, 공간, 공동체, 사람, 문화, 역사를 키워드 삼아 발행되는 <월간 옥이네>는 우리나라에 서울과 지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마을이 있으며, 그 마을에는 저마다 다양한 색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매달 충실하게 전한다. 때로는 우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또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혹은 지역을 떠나는 선택 대신 우리 마을에서도 저런 재미난 일을 해보게 하는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서울과 지역의 공간적 대비, 기존의 언론이 주목하지 않던 혹은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한 이야기들을 담아내자고 다짐한 이 잡지는, 옥천군 소식을 다루지만 옥천만의 잡지가 아니다. 실제로 잡지 구독자의 절반 이상이 타지 사람들이다. 옥천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비수도권 지역이 가진 보편성 때문이다. 매스컴은 명절과 휴가철 혹은 끔찍한 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만 지역을 다룬다. 한국 사회에서는 오랜 시간 그래왔다. 현재의 주류 언론은 지역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월간 옥이네》의 문제의식에 대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농촌의 작은 지자체에서 펴내는 《월간 옥이네》는 옥천을 넘어서 우리나라 농촌에 대한 잡지, 나아가 주목받지 못하는 99%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다. 지역에 사는 평범한 우리들은 알고 있다. 지역을 일구고, 세상을 지켜온 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들로 나가는 농민들과 같은 99%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홍성이라는 비(非)도시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평범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시시콜콜 시골 잡지 《월간 옥이네》의 구독을 권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