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속에 피어나는 한 가닥 희망을 그리다
홍성극단 창작 초연극 '계녀멈'6월 3일 홍주문화회관
2013-05-05 김혜동 기자
여기 붉은 융단과도 같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딸을 껴안고 목 놓아 우는 여인이 있다. 여인의 딸은 뱃속의 어린 생명과 함께 19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딸의 이름은 '계녀(季女)', 그녀의 어머니는 계녀의 어미라 사람들은 흔히들 '계녀멈'이라 불렀다. 차갑게 식어가는 딸의 주검을 끌어안은 그녀의 뇌리로 그간의 고달픈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으리라.
계녀멈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1930년 일제시대 말로 돌아가야 한다. 일제치하에서 피 끓는 젊음을 바쳐 독립운동을 하던 남자를 만나 결혼한 어느 시골의 순박한 여인은 일녀와 이녀 그리고 계녀까지 총 3명의 딸을 낳았다. 계녀의 '계(季)'는 끝을 뜻하는 것으로 '딸은 계녀로 끝내고 다음엔 아들'이라는 계녀멈의 소원이 담긴 이름이다.
그러나 남편의 독립운동 행각이 일본군에게 들통 나며 계녀멈의 집은 불타고 딸 일녀와 이녀를 잃게 된다.
연락 없는 남편을 뒤로 한 채 나이어린 딸 계녀를 데리고 들어간 곳은 충남의 어느 외진 농촌마을. 하나 남은 딸 계녀와 오순도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했던 계획은 마을의 악덕지주 봉팔과 그녀의 내연녀 순심댁에 의해 산산이 조각난다. 계녀멈을 본 봉팔은 첫 눈에 반하고 병든 아내를 뒤로 한 채 순심댁과 작당해 계녀멈을 유혹하려 온갖 수를 쓰게 되는 것이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나 6·25한국전쟁이 발발하고 계녀멈 앞에 두식이라는 인민군이 부상당해 나타나 숨겨주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봉팔은 두식을 질투하며 계녀멈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를 겁탈하려 하며 그녀의 딸 계녀에게까지 음흉한 수작을 벌이기에 이른다. 이 와중 계녀멈의 순진한 딸 계녀는 봉팔의 아들 두식과 조심스레 첫사랑을 속삭이는데…
홍성극단의 창작초연극 '계녀멈'은 일제시대부터 6·25전쟁 전후에 이르는 시기 동안 남편을 잃고 홀로 갖은 역경을 이겨내며 딸을 키우는 한 여인네의 삶을 조명했다. 극중 인물 계녀멈은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욕정에 불타는 비열한 인간 봉팔로 대변되는 고난 앞에서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자식에 대한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인물로 그려진다.
희곡 원작자인 홍성극단의 석애영 작가는 작품 '계녀멈'에 시대를 망라해 추앙받는 어머니의 지고지순한 모성애와 희생을 담았다. 극의 연출은 홍성극단 대표 전인섭 회장이 맡았다. 전인섭<사진> 회장은 극단 △2008년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면' △2010년 '국밥' △2011년 '회(回)>' △2012년 '아리랑' 등을 연출하며 이번 '계녀멈'을 비롯해 총 5회에 걸쳐 충남연극제 대상수상을 이끈 바 있다.
전인섭 회장은 "작품 계녀멈을 통해 비극 속에서 피어나는 한 가닥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이 연극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어머니들에게 바친다"고 소감을 전했다. 초연창작극 '계녀멈'으로 올해 충남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극단 홍성무대는 제31회 전국연극제에 충남도 대표로 참가해 오는 6월 3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오후 4시, 7시 2회 공연할 예정이다. 입장권 가격은 홍성·예산 거주자는 5000원 그 외는 1만원, 초·중·고 학생 5000원, 대학생 7000원이며 홍주문화회관에서 구매할 수 있다. 기타 공연과 관련한 문의는 전국연극제집행위원회 사무실(070-8854-8810~6)로 하면 된다.